매일신문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 전소…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도 위험

의성 산불 걷잡을 수 없이 확산
강풍 타고 안동 풍천면 코앞에 …인근 병산서원도 초비상 사태
선제적으로 물 뿌리며 안간힘
고운사 석조여래좌상 화 피해…안동 만휴정·묵계서원도 불길
화마에 문화재 사수 속수무책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이 인근 안동 일대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천년 고찰이 일순간에 잿더미가 됐고, 하회마을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세계유산 '위험'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북진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위기에 놓였다.

25일 오후 3시 31분쯤 의성 산불이 안동 풍천면으로 확산 중이라는 주민 대피령 문자가 발송됐다. 하회마을과는 불과 10여㎞ 내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확산 지역과 하회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8~10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초가 및 목조 건축물이 즐비해 화염이 옮겨붙을 경우 삽시간에 수백 년 된 문화유산이 잿더미로 변할 상황이다.

시시각각 산불이 일직면과 남후면을 지나 하회마을 앞 산까지 위협하면서 소방 헬기 1대가 하회마을 전체 주택을 대상으로 물을 살포하고, 소방차·소화전 등 마을 내 시설을 동원해 가옥에 선제적으로 물을 뿌리는 등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하회마을과 1㎞ 거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도 소방차 1대가 물을 뿌리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지역 전체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안동시와 소방당국은 산불 위협으로부터 하회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화재 지연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 불이 옮겨붙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산불 위협을 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안동 풍천면과 남후면 일대에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산불은 병산서원 바로 건너편 절벽 숲까지 번졌다. 산불이 난 곳과 병산서원·하회마을 사이에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진화대원들은 불씨가 강을 건너 날아오는 것(비화)에 대비하기도 했다.

불이 더 번지기 전에 헬기 등을 동원해 서원 주변에 여러 차례에 걸쳐 물을 뿌렸고, 현판 등 주요 문화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화재로 문화유산이 불에 타는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류한철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은 "주민들 모두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계속 강풍이 이어질 경우 마을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위기다.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마을을 사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천년 고찰 '전소'

거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의성 산불에 천년 고찰도 불탔다. 2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전소됐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최치원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했다.

고운사에는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과 2020년 아름다운 단청으로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이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가운루, 문화재자료 삼층석탑 등도 유명하다.

이날 고운사가 있는 단촌면에는 오후 3시 20분부터 대피 명령이 발령됐다. 승려 5, 6명은 사찰에 남아 있다가 전각에 불이 붙자 진화대와 함께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공중진화대가 오후 4시 50분쯤 전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각은 모두 소실됐지만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은 다행히 방염포로 감싼 뒤 옮겨졌다. 이 불상은 당초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기려다 산불로 차량 이동이 통제되자 고운청소년재단에서 관리하는 안동 청소년문화센터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단촌면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전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이 발령됐다. 의성군은 단촌면 전 주민들에게 단촌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긴급 대피 명령을 발령했다.

또한 단촌면 지역으로 이동하는 국도와 고속도로를 모두 통제하고 단밀면 방향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이날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오후 4시쯤 안사면 소재지까지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 창고가 불에 타고 안사면사무소 건물이 불에 그을렸다.

◆문화재 피해 확산 우려

안동 전역으로 불이 붙으면서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오후 강풍이 불면서 길안면 백자리에서 불덩이가 길안천을 뛰어넘어 청송 경계지역 산림까지 번지면서 만휴정과 묵계서원 등 문화재들이 화염 속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이날 오전 만휴정과 묵계서원에는 일찌감치 소방 인력들이 투입돼 방염포를 설치하고 예비 살수를 하는 등 문화재 사수에 안간힘을 쏟았으나, 이날 오후 거침없이 밀려드는 화염을 감당하지 못해 소방 인력이 모두 철수했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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