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기로 10분 만에 실신…산불 생존 확률 높이는 6가지 방법

일산화탄소·미세먼지 등 질식 유발…젖은 천·낮은 자세로 대피해야

26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신석2리의 한 가옥이 전날 마을로 번진 산불로 불에 타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26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신석2리의 한 가옥이 전날 마을로 번진 산불로 불에 타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숨진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산불 발생 시 '질식 예방' 대피 지침이 주목받고 있다.

불길보다 더 치명적인 산불 연기의 정체는 일산화탄소, 미세먼지(PM2.5),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 유해 화학물질이다. 이들은 산소 운반을 방해하거나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를 자극하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게 만든다. 산불 발생 시 공기 중 산소 농도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연기에 잠깐만 노출돼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대피 전 대비, 생명 지키는 첫걸음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사전에 최소 2개 이상의 대피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대피 계획을 숙지하고, 비상용품 키트를 집에 상시 구비해 두는 것이 필수다. 키트에는 마스크, 물, 손전등, 구급약 등이 포함돼야 하며, 재난 경보를 받을 수 있는 앱 설치와 배터리 작동 라디오 준비도 권장된다. 비상시 연락 가능한 연락망 역시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 산불 발생 시 호흡 보호가 최우선

불길이 보이기 전 연기가 먼저 닿는 산불 현장에서는 호흡기 보호가 생사를 가른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물에 적신 면 천이나 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KF94 또는 N95 수준의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연기 속에서는 깊게 숨 쉬는 대신 얕고 천천히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해 물질이 깊은 호흡을 통해 폐로 다량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대피 시에는 '낮고 빠르게' 이동

연기는 위로 떠오르는 특성이 있으므로, 대피 시에는 자세를 낮추고 기어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 바닥이 화염으로 인해 뜨거울 수 있으므로 손을 짚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야 확보가 어렵다면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이용하고, 벽을 따라 이동하면 방향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연기 농도가 낮은 방향을 선택해 빠르게 이동하며, 경로가 차단됐을 경우에는 즉시 다른 대피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차량 대피 시 내부순환 모드 설정

차량을 이용해 산불을 피할 경우에는 반드시 연료 상태를 점검하고 출발해야 한다. 차량 내 공기 흐름은 외부 유입을 차단하는 내부순환 모드로 설정해야 연기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주행 시에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과속을 피해야 한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며, 앞차와의 간격도 넉넉히 둬야 한다. 차량이 화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면 신속히 하차해 안전한 공간으로 대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 대피 어려운 상황, '물이 있는 곳'이 우선

만약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주변의 수공간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호수, 연못, 수영장 등은 일시적으로 불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건물 안에 있을 경우에는 문과 창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문틈을 막아 외부 연기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바닥에 엎드려 젖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물에 적신 담요나 수건으로 몸을 덮으면 체내 산소 소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질식 증상 땐 즉시 신선한 공기 접촉

연기에 노출된 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질식을 의심해야 한다. ▷호흡 곤란 ▷기침 ▷두통 ▷어지러움 ▷가슴 통증 ▷의식 저하 등이 대표적인 질식 증상이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시켜야 하며, 피해자의 기도가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호흡이 없거나 약한 경우에는 즉각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가능하다면 산소를 공급한다. 이후 119에 연락해 피해자의 상태와 정확한 위치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 실제 사례, "젖은 수건 하나가 살렸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한 인근 마을 주민은 갑작스러운 연기에 휩싸인 상황에서 집안에 있던 수건을 물에 적셔 얼굴을 감싸고 낮은 자세로 대피했다. 그는 "호흡이 몹시 가빠졌지만, 수건 덕분에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었다"며 "가까스로 임시대피소까지 피신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불 시에는 화염보다 연기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평소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행동하는 것이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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