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불에 탄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경북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화마 속에서도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매일신문 취재진이 살펴본 만휴정은 한 마디로 '불 구덩이 한 복판'에서도 피해없이 온전한 상태였다. 전날 소방 인력들이 작업한 방염포를 쓴채 제 모습 그대로 였다.
현장에 만난 안동김씨 보백당 후손인 김숙동 전 안동향교 전교는 "조상님이 돌보셨다"며 "밤새 방송에서 불에 탄 것으로 보도돼 한숨도 못자고 이른 아침에 나왔는데, 아무 탈없는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함께한 후손 김모한씨도 "만휴정을 둘러싼 앞뒤산이 모두 시커멓게 불에 탔다. 특히, 입구 마을 집들도 모두 불에 탔는데 만휴정만 온전히 피해를 피했다"며 "전날까지 애써준 소방인력들에게 너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만휴정 앞 계곡에는 불에 탄 잿더미들이 쓸려 내려와 검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만휴정 앞 산과 계곡 나무들은 산불이 쓸고 지나면서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만휴정과 불과 200여m 정도 떨어진 계곡 입구 하리마을 주택 10여채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불에 탄채 널부러져 있었다.
국가유산청도 26일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경북북불돌봄센터, 소방서 등 40여 명이 합동으로 25일 만휴정의 기둥과 하단 등 목재부분에 방염포를 전체 도포했고, 인근 만휴정 원림(명승)에 살수작업 등을 통해 일부 소나무 그을림 외에는 피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지은 정자 건물이다.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정자 건물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정자 주변 계곡과 폭포 등을 아울러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으로도 지정됐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다.

25일 밤 한때 산불이 6㎞까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26일 새벽 불길이 더이상 접근하지 않으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물들을 긴급 이송 조치하기도 했다. 병산서원 현판 등은 세계유교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지난 25일 오후 4시 55분쯤 하회마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이어졌다.
헬기 1대는 하회마을 상공을 날며 물을 주택에 뿌리기 시작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대피도 마다한채 집집마다 설치된 소화전을 개방해 집 벽과 지붕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마을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기온이 떨어지면서 차가워진 밤바람을 맞으며 대기했다. 다행이 산불은 26일 새벽까지 더는 접근하지 않아 한고비 넘겼다는 분위기다.
하회마을에는 소방차 10대, 소방대원 50여명이 대기하면서 산불 확산에 대비했다. 소방 당국은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밤사이에 방사포 등 장비 8대와 인력 27명을 하회마을에 추가 배치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지금까지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7건이라 밝혔다. ▷백운산 칠족령(국가지정 명승)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경상남도 기념물) ▷하동 두방재(경상남도 문화유산 자료) ▷울주 목도 상록수림(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운화리 성지(울산광역시 문화유산자료) ▷의성 고운사 연수전(국가지정 보물) ▷의성 고운사 가운루(국가지정 보물) 등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은 경북 의성군, 안동시 등의 대형산불 및 전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로 국가유산 피해가 잇따르자 25일 오후 5시 30분을 기준으로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처음으로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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