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9명이 몸을 구겨 넣고 달리다 불길을 피해 살고자 하천에 뛰어들었어요."
지난 25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마을 곳곳에선 기적 같은 탈출과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잇따랐다. 그중에서도 석보면 한 마을 주민들의 피난 과정은 숨이 턱 막힐 만큼 위태로웠다.
갑작스러운 화염은 이미 마을 가장자리까지 밀고 들어왔고, 대피를 위해 탄 차량의 타이어는 뜨거운 열기에 터져버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그때 그 차에 9명이서 좁은 것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올라탔다"며 "자욱한 연기에 도로도 안 보이고 숨을 쉬기도 점점 어려워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이 탑승한 차량은 고장난 타이어 탓에 끝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주민들은 결국 인근 하천으로 몸을 던졌고, 한 줄기 희망처럼 나타난 경찰차를 향해 연기 속에서 손을 흔들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경찰은 한참을 지나칠 뻔하다가 간신히 이들을 발견했고, 경찰차에 올라탄 주민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무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영양 산불로 6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3명은 당시 현장에서 대피하다가 다시 마을로 되돌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유족들의 슬픔을 더 깊게 했다.
또 다른 비극도 있었다.
한 가족은 이른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밥상을 앞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 밖으로 불길이 치솟았다.
놀란 가족들이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왔고 아버지와 아들은 가까스로 대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2명은 연기와 불길을 뚫고 나왔지만, 어머니(아내)가 미처 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이미 집은 불길에 완전히 휩싸여 있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불로 집과 가족까지 모두 잃은 이들은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웃 주민들에게 위로 받았지만 고개를 떨군 채 슬픔과 비통함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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