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덜컥하더니 포물선 그리며 떨어져"…산불 진화 헬기 추락 순간(종합) [영상]

"어색한 느낌들더니 추락"…40년 경력 베테랑 불의의 사고
인제군 소속 임차헬기…30년 운행 노후기종

26일 오후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 한 채 발견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6일 오후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 한 채 발견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6일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4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박 씨가 몰던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헬기(담수 용량 1천200ℓ)가 도로 옆 산비탈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모(73) 씨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박 씨는 40년 비행경력의 베테랑 조종사로 지난 2021년 임차 업체 에어펠리스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화재 현장에 처음 투입됐다. 사고가 난 이날은 오전 9시 34분부터 25분간 진화 작업을 벌인 뒤 오후 12시 44분쯤 다시 투입됐다가 10여분 만에 사고를 당했다.

동생과 함께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김진한(68) 씨는 "경로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도중에 안사면 방면에서 날아오는 노란색 헬기를 봤다"면서 "미끄러지듯 날아오던 헬기가 잠시 덜컥 하는 느낌이 들더니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쪽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쿵'하는 소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면서 "서둘러 추락 현장으로 달려가 119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고 현장 주변은 산 중턱 부근부터 짙은 연기로 가득해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헬기는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행된 노후 기종이다. 담수용량 1천200ℓ의 중형 헬기로 인제군은 올해 1월 이 헬기를 임차해 운용해 왔다.

경찰과 산림당국, 강원도 등은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산림당국은 추락 사고 직후 안전을 고려해 사고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전국 산불 발생 현장에 투입돼 있던 진화 헬기의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진화 헬기 운용이 중단되자 의성군 사곡면 신감리 일대 산불이 의성읍 방향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청송군에서도 주왕산면, 부동면, 현동면, 현서면, 안덕면 등지로 불이 급속하게 번지면서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지는 등 산불 확산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산림당국은 조종사 안전 교육을 거쳐 2시간 만에 진화 헬기 투입을 재개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산불 재난 국가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이고, 의성과 안동, 경남 산청, 하동 울산 울주 등 곳곳에서 대형 산불을 진화 중인 상황을 고려해 헬기를 순차적으로 다시 투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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