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동안' 괴물 산불'이 휩쓴 경북 북동부권은 그야말로 전쟁통을 방불케 하고 있다.
산불 영향으로 통제된 도로를 피해 몰린 대피 행렬은 극심한 교통체증과 함께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또 삽시간에 번진 산불이 단전·단수, 통신 등 기반시설까지 피해를 입히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26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확산으로 안동, 청송, 영양, 포항, 영덕 등 경북 7개 시·군에 대피한 주민 수가 2만3천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이 코앞까지 다가온 예천 등에서도 주민 대피를 준비하고 있어 대피 주민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나절 사이 직선거리로 무려 50km 이상을 순식간에 동진한 전날 오후에는 급히 시작된 피난 행렬로 인해 극도의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9명의 주민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곳 주민 9명은 피난을 위해 차량에 올랐지만, 대피 중 타이어가 열기에 터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에 결국 이들은 인근 하천으로 몸을 던지는 선택을 했다. 다행히 이들은 인근 지나던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이를 겪은 한 주민은 "하천에 들어가 있는데 경찰차가 보여서 손을 흔들고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 외쳤다. 다행히 경찰이 우리를 발견해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동해안 7번 국도는 안전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향하던 차량이 몰려 이곳 도로를 꽉 막아버렸다. 게다가 이곳 도로에는 비화까지 떨어지면서 차량에 불이 붙고 차량에서 대피하는 주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 주민은 "불이 비처럼 내려서 차에는 불이 붙고, 도로는 막혀 차는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주변이 붉은 연기로 가득 차고, 열기도 점점 느껴지면서 도로 위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영덕 동쪽 끝에 위치한 상원리와 도곡리 마을까지 불이 번지면서 주민들이 인근 항구로 긴급히 몸을 피했지만, 산불과 바다 사이에 갇혀 불안에 떨기도 했다. 석리항·축산항·경정3리항 주민 104명은 방파제로 간신히 피신을 했지만, 해무와 연기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고립됐다가 울진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많은 주민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주민도 잇따랐다. 이날 청송에서는 차를 타고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산불에 타 숨졌다. 영양에서는 대피 도중 일가족 등 6명이 숨졌다. 안동 임하면에서는 집을 빠져나오던 70대 여성이 질식해 숨지는 일 등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각종 기반시설도 피해를 입어 불편이 가중됐다. 단수와 단전, 일시적인 통신장애가 발생해 대피와 진화작업 등에 어려움을 더했다. 또 통신장애로 일선 나간 공무원들 간 소통이 잠시 중단됐고, 타지에서 상황을 듣고 있던 가족도 연락이 끊겨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청송에 가족이 있는 한 대구시민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에 사망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연락을 하니까 통신장애로 연결이 되지 않아 너무 불안했다. 잠시였지만 1초가 몇 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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