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진' '북진'을 거듭하며 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의성발 '괴물 산불'이 경북 북동부를 집어 심키면서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산불 진화 작업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추가로 사망자가 발견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북도에 따르면 26일 오후 기준 이번 산불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25명으로 집계됐다. 경북(21명)·경남(4명)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영향 구역 주변에 거동과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거 거주하면서 고령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 지역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자택 또는 대피 시도 중에 차량·도로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덕에선 요양시설 입소자 등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다가 모두 8명이 화를 당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의성과 인접한 까닭에 가장 먼저 산불이 번진 안동에서도 사망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오전 0시9분쯤 임동면 한 주택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산불을 피해 이동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전날 오후 6시51분쯤에는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주택에서 7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의 집은 화재 피해는 입지 않았으나, 경찰은 산불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외에도 아직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임하면에서 8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영양에선 대피 중이던 일가족이 도로에서 참변을 당했다. 25일 밤 11시11분쯤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에서 주민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들은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3명의 가족인 60대 남성은 화상을 입고 안동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이보다 앞선 오후 11시쯤에는 석보면 화매리에서도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이 계속 동진하면서 주왕산 국립공원이 있는 청송에선 70, 80대 어르신 2명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송읍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자는 시간이 경과하면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번 산불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사망 신고 건수는 총 21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에 의한 사망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 등에 대해선 앞으로 정확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망자 수(25명)는 산불 인명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역대 3번째다. 1989년에 가장 많은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995년에 25명, 1993년·1996년·1997년에 각 24명이 숨졌다. 이번 산불이 지속돼 추가 사망자가 나온다면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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