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우크라 부분 휴전 이행 험로… 러시아 휴전지연 노골화

러, 수용 어려운 농산물 부문 제재 해제 선결 조건 내세워
유럽 "우크라에서 러군 전면 철군해야 대러 제재 해제"
젤렌스키, 미국에 러시아 휴전 이행 압박해달라며 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중재로 흑해에서 휴전하고 에너지 시설에 대해 30일간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러시아가 선결 조건을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된 휴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달라고 미국에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갈려 합의 이행 추진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 제재 해제 조건 제시 노골적 지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부분 휴전 이행을 위해선 서방의 농산물 부문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풀고 이들 기관을 국제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재연결해야 합의의 효력이 생긴다며 국영 농업은행 등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가 일부러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을 수 있음을 처음 인정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러시아)은 (휴전 이행을 위한) 대여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고 우리는 그것들 모두를 살펴보고 있다"며 크렘린궁이 휴전 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제재 해제 조건에 대체로 동의를 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복귀와 관련해 "러시아를 국제 시스템으로 복귀시키는 데에 대해 긴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을 하기 전에 그 조건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럽 "제재 해제보다 러군 철수가 먼저"

러시아의 이런 전략에 대해 유럽은 즉각 선을 긋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니타 히퍼 유럽연합(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시아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며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재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는 것이 여전히 EU의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다.

로리 브로스토우 전 주러시아 영국 대사는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크렘린 협상 전략"이라며 "그들은 의제와 시간표를 통제하려 시도하면서 할 수 있는 한 거의 모든 것에서 최대치의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자신들은 거의 아무런 대가도 치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미국이 압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파리를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에 저항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기를 바란다. 그들은 아마 그럴 것이다. 지켜보자"며 러시아가 휴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미국이 나서달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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