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마을 입구 이전부터 현장에는 아직 코를 찌를 듯한 그을음 냄새가 가득했다. 세찬 바람이 타다 남은 재를 쓸어가고, 검게 그을린 전신주가 마을 초입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25일 산불이 마을을 덮친 뒤 대피소에서 지내던 이재민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며 불탄 고향을 마주하는 날이었다.
길 한쪽에 주저앉은 60대 남성은 말없이 자신의 집을 바라보다 이내 흐느꼈다.
그는 "형님 집도 타고, 우리 집도 타고, 형수님도 못 나왔다"며 불길에 잿더미가 된 벽체를 손으로 더듬으며 서럽게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형님댁은 마을 초입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불이 언덕을 타고 마을로 들이닥칠 당시 몸이 불편했던 형수님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재 고인은 사인 확인을 위해 경찰이 부검 의뢰를 한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퍼할 틈도 없이 행정 절차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빈소조차 차릴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마을을 찾은 친척들도 조문 한 번 하지 못하고 불타버린 집터 앞에 서성이다 말없이 돌아섰다.
마을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타다 남은 처마 조각과 녹아내린 슬레이트가 바람에 흔들렸다. 조경수와 건물 구조물이 불타 바닥에 늘어져 있어 위험해 보이는 모습들도 연출됐다.
현장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불을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손, 발이 저릿해진다"며 "동네에 연기도 가득 차 있고 겁이 나서 집에와 볼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려던 한 주민은 "이 동네가 조용하고 사람도 좋고, 그래서 내려와 살았는데 이제 집이 없어졌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가 지어 올린 집은 외벽만 간신히 형태를 유지한 채 내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이재민들은 사흘 만에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미 그곳은 이전의 마을이 아니었다. 집도, 가족도, 고요한 일상도, 그 불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예정된 비 소식은 없어졌고, 바람은 또다시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나"라는 마을 주민들의 말이 바람에 날려 마을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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