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로 말을 해야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27일 오후 경북 의성종합운동장 산불 진압헬기 임시 이착륙장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헬기 조종사들이 잠시 쉬는 휴게실은 말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전날 발생한 산불 진화 헬기 추락사고로 동료 조종사 박현우(73) 씨가 목숨을 잃으면서다. 그럼에도 조종사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비행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백운광(51) 헬기 조종사는 임무에서 돌아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행 경력 28년의 백 조종사는 산림청 소속 KA-32 헬기로 첫날부터 엿새째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규정상 연속 6일까지만 비행할 수 있어 이날이 마지막 비행이다.
그는 의성산불 현장에서 화마에 고립된 마을과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한 번에 3t씩 하루 약 100t의 물을 실어 나르며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서른 번이 넘게 물을 실어 나르고 뿌리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바람과 연기다. 괴물 산불이라고 불리는 이곳 현장이 그렇다. 하지만, 베테랑 조종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연기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강풍이 불어닥치고, 한 인간으로서 무섭고 두려운 상황들이 늘 있다"면서도 "불길에 갇혀 절실히 마음으로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사명감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순간들이다. 동료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를 떠나보낸 비통한 심경도 보였다. 사고 당시 그는 인근 진화 작업 중이었다. 이에 추락한 동료 헬기 수색 작업에도 가장 먼저 투입됐다.
그는 "약 5분 만에 추락 지점에 인근까지 접근했지만, 연기가 너무 자욱해 동체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이곳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동료였지만, 우린 산불진화헬기 조종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고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전날 이곳 산불진압헬기 이착륙장에는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전화도 쏟아졌다고 한다. 한 조종사는 '부적'이라며 "너무 위험한 현장에는 가지 마세요.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당신이 꼭 가야 한다면, 부디 냉철한 판단력과 담대함과 지혜로 당신과 다른 생명을 구하고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라는 11초 남짓한 통화내용을 들려줬다.
엿새째 이곳에서 괴물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진화헬기 조종사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과 피로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산불 진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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