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법원 李 무죄, 국민 배신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문기 씨(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와 골프 치지 않았다" "국토부로부터 백현동 용지 변경을 협박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허위로 판단,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고, 김문기 씨와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한 이 대표의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는 발언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이고,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이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심으로 이 대표의 발언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많은 법률가들도 법리를 끼워 맞췄다고 평가한다. 법원은 왜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고 판결했을까?

재판부의 속내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대표와 그 지지자들이 딱 원하는 판결이 나온 만큼, 이 대표 지지자들의 생각을 통해 재판부의 속내를 짐작할 수는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스스로 '합리적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선거 과정에는 크고 작은 허위사실이 유포되곤 하는데, 대선에서 패한 이 대표만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국민 절반 가까이가 대선 후보로 지지하는 인물의 정치적 운명을 '사법(司法)'으로 재단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주장을 펼친다. 거물 정치인 이재명이 정치적으로 죽고 사는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국민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위와 같은 이유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背信)이다. 이것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이냐,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 선거에 나선 후보의 거짓말에 대해 법원이 "국민이 알아서 평가할 영역"이라고 한다면 일견 국민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장에서 주먹으로 승부 보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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