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km 계곡에 형성된 한마을 쑥대밭…"전기·물·통신 모두 끊기고, 불탄 집만 덩그러니"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100여채 주택·저온창고·가공공장 불타
양쪽 산에서 불덩이들 하늘에서 춤추듯 날아다니며 마을 닾쳐
의성 고운사 뒷산·의성 점곡에서 동시에 산너머 불기둥 치솟아
주민들, "산위로 불기둥 솟고 채 5분도 안돼 온 마을이 불바다"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마을을 애워싼 산봉우리로 불기둥이 치솟더니 채 5분도 안돼 온 마을이 불바다로 변했어요. 마음의 준비도 못한채 몸만 겨우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한 마디로 생지옥 같은 짧은 기억이 밤마다 떠 오릅니다"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의성 경계인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와 현하리를 덮치고 세력을 확산하던 25일. 안동시는 이날 산불 확산에 따라 '전시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오후 5시부터 길안면을 덮친 불길은 안동시 임하면과 남선면 등 북서쪽 방향으로 강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 주민들은 직접적인 산불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각자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주택에 물을 뿌리는 등 대피를 해야할지 말지를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던 시간, 마을을 애워싸고 있던 기룡산 정상에 10여m 정도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비슷한 시간 마을의 또 다른 한쪽 산도 의성군 점곡에서 번진 산불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기룡산은 의성 고운사 뒷산과 불과 3~4km 정도 거리다. 이 때부터 순식간에 이 마을은 불바다로 변했다. 강한 바람을 타고 치솟은 불기둥은 마치 도깨비 불이 하늘에서 춤추듯 미친듯이 날아들어 마을 곳곳을 태우기 시작했다.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주민 이상근씨가 불에 탄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주민 이상근씨가 불에 탄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엄재진 기자

마을 주민 이상근(60·임하면 체육회장)씨는 "기룡산 정상에서 불기둥이 치솟고 불과 5분정도 만에 화마가 마을을 삼키기 시작했다. 농자재 창고며 물건도 꺼낼 여유도 없이 마을을 빠져 나오기에 급급했다"고 회상했다.

창고에 보관중이던 콤바인, 경운기, 건조기, 지게차를 비롯해 저온창고에 저장하고 있던 사과마져 통째로 불길에 잿덩이가 됐다. 줄잡아 수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주민들을 주저앉게 만드는 것은 수십년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양쪽에 산을 끼고 7km 길이의 계곡에 형성된 추목리는 상추목, 절골, 원추목, 다리골, 평지(하추목) 등 자연마을로 형성돼 있다. 100여세대 150여명의 주민들이 대부분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생업을 이어오고 있다.

산을 끼고 있어 태풍에도 바람을 막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산자락에 형성된 곳에서 생산된 사과는 품질이 우수하고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산에는 송이며 제철 나물들이 풍부해 주민들도 넉넉한 마음이었다.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이종준(67)씨는 "사과 나무들이 불길에 노출돼 꽃눈이 모두 죽어버렸다. 올 해 사과 농사뿐 아니라 과수원을 폐원할지도 모를 일이다"며 "집도 불타고, 과수원 농막과 각종 농기계도 모두 불에타 살길이 막막하다"고 허탈해 했다.

이 마을 곳곳에는 사과 저온저장고를 비롯해 방부목을 생산하는 공장, 농산물 가공공장 등 시설들이 들어서 있지만 모두가 판넬 벽채만 남긴채 폐허가 되어 버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지 이틀이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서 미쳐 꺼지지 않은 불길이 타오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룬듯한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대피했다가 돌아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과 한숨 섞인 말로 "행정기관이 하루빨리 피해 현황을 살펴 살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전기도 끊기고, 물도 안나오고, 통신마져 두절된 마을을 방치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팔순의 한 어르신은 "내가 살아 생전에는 고향 마을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눈 앞에서 불덩어리가 날아다녀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고개 저었다.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양쪽에 산을 끼고 계곡에 형성된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은 앞산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채 5분도 안돼서 마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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