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후변화로 산불 대형화, 식량 위기 가속화

집권 1기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모두 폐기했다. 자국 이익 앞에 과학적 사실조차 부정하지만 기후변화는 외면(外面)할 수 없는 진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집중호우와 극심한 가뭄, 초대형 태풍이 수시로 발생해 식량 생산마저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80년대 연평균 238건이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580건으로 늘었고, 피해 면적도 8배가량 커졌다.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위험지수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덮친 대형 산불은 24일 만에 간신히 꺼졌지만 29명이 숨지고 건물 1만8천여 채를 태웠다. 우기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아 수풀이 메마른 데다 강력한 돌풍까지 몰아쳤다. 지난달 일본 이와테현 산불도 극심한 가뭄과 돌풍이 가세하면서 30년 만에 기록적 피해를 남겼다.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도 일상화됐다. 지난해 늦더위 탓에 배추, 양배추, 무, 당근 등 겨울 채소 가격이 급등했고, 강원도 고랭지 여름 배추가 녹아내려 배추 한 포기가 1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고등어, 갈치,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고, 양식장 물고기 집단 폐사도 심각하다. 기후변화 탓에 커피, 코코아, 올리브 작황(作況)이 곤두박질치면서 관련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곡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2년 인도에서 폭염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자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금지했는데, 세계 밀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세계 평균기온이 1.5℃ 상승했는데 벌어진 재앙적 결과들이다. 그런데도 경제 논리에 편승한 온난화 거부론자들까지 가세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은 평균 기온이 3도까지 오르면 괴멸적(壞滅的)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한다. 산불과 식량 문제가 아니라 인간 거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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