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韓 대행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 판단 기준은 국가 경쟁력

경제 6단체장은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가 시작한 관세(關稅) 전쟁에 대해 적극 대응을 요청하면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주주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商法) 개정안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관세 장벽으로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미국 내 투자를 강요받으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不確實性)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이 개정돼 주주 충실 의무가 생기고 국내외 주주들이 손해를 볼 때마다 크고 작은 소송을 남발(濫發)한다면 기업들은 도전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주주 가치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상장된 2천600여 개 법인의 합병·분할 과정에서 소액 주주의 권익을 더 보호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改正案)을 내놓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자본시장법과 함께 여러 대안을 놓고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 금융위의 하급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주주 가치 보호 관련 주요 입법례'라는 참고 자료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의 회사법을 소개하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 탄핵(彈劾) 정국(政局)과 맞물려 돌아가는 '콩가루' 행정부의 엇박자가 우려스럽다.

미국에는 기본적으로 배임죄(背任罪)가 없다. 또 델라웨어주는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과 적대적 인수·합병 공격을 받은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經營權) 방어(防禦) 조치를 허용한다. 주주 가치 보호와 함께 경영권 방어 역시 충실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권한대행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그 기준은 국가 경쟁력 보전 강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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