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 동해안 쪽 확산 장기화 우려…바람 방향에 달렸다 [영상]

더딘 진화 작업 피해 눈덩이
맑고 마른 날씨 당분간 계속…남서풍 땐 울진 북상 가능성
긴 화선 다시 불머리 돼 위험

27일 영덕군 지품면 원전리 산불 현장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는 강수량이 측정 되지 않는 극소량의 비가 짧은 시간 내렸다. 연합뉴스
27일 영덕군 지품면 원전리 산불 현장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는 강수량이 측정 되지 않는 극소량의 비가 짧은 시간 내렸다. 연합뉴스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을 집어삼킨 '경북 북동부 산불'이 역대 최대, 최악의 '괴물 산불'로 전대미문을 피해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산불영향구역만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더딘 진화 속도에 맑고 건조한 날씨까지 당분간 이어지는 등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은 3만3천204㏊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의성군이 1만2천685㏊로 가장 넓고, 영덕군 7천819㏊, 청송군 5천㏊, 안동시 4천500㏊, 영양군 3천200㏊ 등으로 파악됐다. 다만, 산불영향구역과 피해 면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 면적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산불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진화 작업이 더딘 점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산불의 평균 진화율은 27일 오전 기준 44.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산불이 처음 발생한 의성은 54%, 국가 유산이 즐비한 안동도 52%에 불과하다. 영양은 18%에 그치고 있다.

산불 발생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한정된 진화 헬기와 소방 인력 등을 분산 투입해야 하는 점도 진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27일 모처럼 맞은 비 소식에도 수그러들지 않아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은 서쪽에서 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계속 동진해 영덕까지 확산한 뒤 현재 화세가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나, 바람 방향이 서풍에서 남풍이나 남서풍으로 바뀔 경우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을 따라 북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주풍인 서풍을 타고 불의 앞부분, 즉 불머리가 동쪽을 향한 채 긴 화선을 형성하며 해안인 영덕까지 갔다가 해안에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현재 이렇다 할 불머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의 방향이 남쪽 계열이나 북쪽 계열로 바뀌게 되면 길게 늘어선 긴 화선이 불머리가 돼 북쪽 또는 남쪽으로 강하고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불머리 소강상태가 다시 활성화 상태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남풍이 불게 되면 안동, 영양으로 산불 확산 가능성이 크고 북풍이 불면 청송, 의성 등에 불이 더 번질 수 있다. 지난 26일부터 산불 확산 위험이 높아진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남풍 또는 남서풍의 위협을 받는 중으로, 이 같은 방향의 바람 세기가 강해질 경우 불이 번질 위험이 한층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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