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난 예비비' 여야 공방 격화…이재명 "4조8천700억원 있어" vs 與 "엉터리 숫자놀음"

野 "예산삭감돼 산불대응 못한다고 거짓말"…與 "사실 확인 없이 국민 기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청송 산불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청송 산불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경남 산불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예비비가 절반가량 깎여 피해 수습에 투입할 '예산 실탄'이 부족한 탓이다. 발빠른 재정 투입이 절실하지만 정치권이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비비는 총 4조8천억원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단독 처리로 총 2조4천억원이 삭감됐다. 이 가운데 재난 대응으로 투입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2조6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반 예비비는 2조2천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삭감됐다.

여기서 민주당은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목적 예비비가 우선 배정돼야 한다고 지출 용도를 특정했다. 고교 무상교육에 9천500억원, 5세 무상교육에는 2천680억9천만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재난 대응에 가용 가능한 예비비는 약 4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산불 피해 지원에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예비비 복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전시당위원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천700억원이 이미 있다"라고 했다.

부처별 재난재해 복구비 9천700억원과 예비비 2조4천억원, 재해복구 국고채무부담 1조5천억원을 합치면 총 4조8천700억원이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용 가능한 예산은 이보다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이날 즉각 자료를 내고 부처별 재난재해 복구비 중 가용 가능한 예산은 1천998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총 9천270억원 중 올해 순수하게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5천1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의 1천850억원은 가뭄·태풍 등에 묶여 있다. 국고채무부담 예산인 1조5조원은 피해 보상금이나 생계비 지급 등으로 즉각 활용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삭감된 예산으로는 이번 산불 피해 대응이 미흡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김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강원 고성 산불 당시에는 복구비 1천853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번 산불 피해 규모는 4만8천150㏊로 고성 산불 피해면적(2천832㏊)의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장 현재 편성된 예산 중 가용 예산으로 산불 피해를 복구하더라도 올여름 장마나 태풍 등 재난·재해를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대구 서구)는 "민주당은 본예산 예비비 삭감 폭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확인도 없이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번 영남지역 대형 산불뿐만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예비비 2조원을 충분히 확보하자고 주장했고 오늘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즉각 사용 가능한 각 부처 재난재해비와 예비비는 영남지역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즉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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