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발 저도 데려가 주세요"…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 동물 구조·구호 이어져

루시의 친구들, 경북 산불 피해 현장서 연일 구조 활동
"줄 풀어준 주민, 함께 대피한 어르신… 희망이 보인다"
개농장·방치 사육 현실도 적나라…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커져

동물보호단체 연대 모임인
동물보호단체 연대 모임인 '루시의 친구들' 관계자가 도로에서 탈진한 소형견을 구조하고 있다. 루시의 친구들 제공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청송과 안동 등지까지 번지는 가운데 현장을 떠나지 못한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한 민간 단체들의 '후속 구호'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연대 모임인 '루시의 친구들'은 지난 23일 의성 화재 현장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시작한 이후 24일부터 현재까지 안동과 청송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피해 지역을 돌며 동물 구조에 나서는 중이다.

현장 활동에 참여한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내 손자처럼 아끼던 백구를 승합차에 태우고 대피소로 함께 간 어르신, 불길 속에서 바둑이와 염소의 줄을 풀어준 주민, 동물을 보고 줄을 풀어준 소방관과 기자들 등 작은 행동들이 생명을 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방치 사육의 민낯도 여실히 드러났다.

케이케이나인 레스큐 김현유 대표는 "불타버린 농가 옆 황량한 도로에서 탈진한 개를 구조했는데 오랫동안 묶여 키워진 흔적이 있었고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을 것"이라며 "산불 현장에는 묶인 채 방치된 개들이 불에 탄 사례가 많았고, 탈출 후에도 길 주변을 맴돌며 로드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고령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동물과 함께 대피하거나 줄을 풀어주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도 드러났다.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국장은 "현장에서는 '우리 할아버지가 아끼는 개를 꼭 살려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이 많았다"며 "노령층 보호자에 대한 트라우마 케어와 동물 동반 대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에서 목줄이 묶여 탈출하지 못하고 생을 다한 반려견의 피해 모습. 루시의 친구들 제공
이번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에서 목줄이 묶여 탈출하지 못하고 생을 다한 반려견의 피해 모습. 루시의 친구들 제공

이번 산불 현장에서 루시의 친구들은 청송의 현장 점검 중 2천여 마리가 수용된 초대형 개 농장을 발견했다.

다행히 조기 폐쇄된 상태라 산불 피해는 없었지만, 단체 측은 "만약 개식용 종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이 났다면 수천 마리의 떼죽음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백골 사체와 열악한 사육 환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루시의 친구들은 화재 진화 후 다수의 부상 동물 출현을 예상하고 오는 30일까지 구조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수의사, 지자체, 동물단체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막대한 치료비 마련을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번 구호 활동에는 ▷도로시 지켜줄개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코리안독스 ▷코리아 케이나인 레스큐(KK9R) ▷유엄빠 ▷TBT 레스큐 등 7개 단체가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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