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방문 이재용 회장…'사즉생' 삼성전자, 글로벌 경영 확대

시진핑·글로벌 CEO 회동에 쏠린 눈
샤오미·BYD 방문 전장사업 강화, 중국시장 입지 확대
AI 패권전쟁 미국·일본 공조 '균형 잡기'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28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는 '사즉생' 발언 후 첫 대외활동으로 글로벌 경영 확대를 위한 포석을 놓았다는 평가다.

일주일간 중국 출장 일정을 소화한 이 회장은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샤오미, BYD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세계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한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 묵묵부답 이 회장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중국 출장 잘 다녀오셨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소감', '반도체 위기론' 등에 대한 물음에는 말을 아꼈다.

이번 출장이 지난달 3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나선 글로벌 경영 행보였던 만큼, 이날 현장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지만 이 회장은 별도 메시지를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께(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 주석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면담에 참석한 뒤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이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CEO들에게 "중국은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투자 유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15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판 다보스포럼' 보아오(博鰲) 포럼 이후 10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장 사업 강화하나

이번 중국 방문 중 이 회장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확대를 암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4일 그는 전날부터 이틀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BYD 본사를 찾았다.

이 회장의 선전 방문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BYD 방문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나 동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왕추안푸(王傳福) BYD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전장 관련 협력 논의를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YD 전기차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디스플레이나 오디오, 디지털 콕핏 등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22일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샤오미의 베이징 자동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을 만난 데 이어 또다시 중국 주요 전기차 업체를 방문, 전장 사업 확대 행보에 나선 셈이다. 전장 사업은 이 회장이 낙점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시장 공략 강화 여부도 관심

이재용 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현지 시장 입지 강화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 회장을 비롯한 CEO들에게 중국이 외국 기업에 안전하고 유망한 투자처라고 강조하며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거대 IT 시장인 중국은 현재 삼성이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국가 중 하나다. 작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64조9천억원으로 별도 기준 전체 매출 209조원의 31%를 차지했다.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IT 기업은 스마트폰이나 가전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이자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선 고객사다. 즉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야 하는 관계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서 시안 반도체 생산 공장을 비롯해 세트 제품 판매·생산법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판매법인 등 총 29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또 베이징, 난징, 광저우, 선전 등에서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중국 출장에서 이 회장은 2년 만에 글로벌 기업과 중국 정부 간 대화 창구 역할을 하는 중국발전포럼(CDF)에도 참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전세계적으로 AI 관련 개발 및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AI 관련 개발 및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미·일 대표 기업의 AI 회동이 지난달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자 회동을 가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 미국·중국 균형잡기

앞서 지난달 이 회장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과 '인공지능(AI) 회동'을 했다.

중국산 저비용 AI 딥시크의 등장에 대응해 3사의 협력을 통해 AI 분야에서 한국·미국·일본의 3사가 꾸리는 '삼각 동맹'이 본격화할지 이목이 쏠렸다.

'AI' 회동' 이후 한 달여 만에 이 회장이 중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는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네트워크 재구축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작년 6월에도 2주간의 미국 출장을 통해 뉴욕과 워싱턴DC 등 동부에서 서부 실리콘밸리로 대륙을 가로지르며 일정 30여건을 소화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은 양측과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균형 잡힌 전략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크리스탈 패. 각자의 이름과 함께
삼성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크리스탈 패.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져 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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