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개봉하는 스콧 벡·브라이언 우즈 감독의 '헤레틱'(Heretic·이단자)은 투철한 신앙심을 자랑하는 두 젊은 여성 선교사가 신을 믿지 않는 노신사를 만나며 겪는 일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멜로·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잘생긴 바람둥이 이미지를 구축한 휴 그랜트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그는 '헤레틱'에서 맹목적인 믿음에 휩싸인 노신사 리드를 맡았다.
리드를 둘러싼 두 젊은 여성은 반스(소피 대처 분)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으로 선교사다. 교회에서 자란 이들은 종교 전도를 숙명으로 여긴다. 매일 낯선 집을 방문하면서도 겁먹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천국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영화에서 반스와 팩스턴은 아내가 파이를 굽고 있다는 리드의 친절한 말에 안심하고서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날 밤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다.
비 내리는 날 외딴집이라는 배경과 젊은 여자·늙은 남자 간 대결 구도 때문에 언뜻 그간 많이 봐온 사이코패스의 살인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지만 '헤레틱'은 평범한 스릴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폭력 같은 물리적 위협이 아니라 말로 하는 논쟁이 펼쳐진다. 리드는 마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처럼 세상의 모든 종교는 같은 뿌리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세상에 신은 없다고 설파한다. 종교란 인간이 통제를 위해 만들어낸 수단일 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의 말을 흥미롭게 듣던 반스와 팩스턴은 이상 기운을 감지하고 반박에 나선다. 나름의 논리를 앞세운 이들은 리드와 날카로운 설전을 벌인다. 리드는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계속해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두 선교사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럴수록 집의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으로 숨은 더욱 조여온다. 마치 잘 만들어진 '방 탈출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하기 쉬운 방향으로 스토리가 흘러간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북미에서 개봉해 5천900만달러(약 865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그랜트는 이 작품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유쾌하고 친근한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 강렬한 악역 연기를 소화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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