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안동시 일직면에 있는 고속버스 간이 정차장.
작은 캐리어 하나와 손가방을 든 80대 어르신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삶의 터전이었던 집과 밭이 산불로 잿더미가 된 뒤, 대구에 있는 친척 집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이 어르신은 "평생을 안동에서 살아 버스도 잘 못 탄다"며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길 위에 서 있었다.
낯선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추워진 날씨 속에서 무려 3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산불로 인해 밭은 모두 전소되고, 집도 대부분 불에 타버린 상황.
평생을 농사짓느라 무릎이 상하고 허리가 굽은 몸, 그렇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노구(老軀)엔 이젠 재산도 남지 않았다. 살아남아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캐리어 하나뿐이지만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어르신의 핸드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모두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였지만, 어르신은 "받을 때마다 속상해 죽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오는 건 눈물밖에 없다"는 말이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반복됐다.
힘든 마음에 담배를 꺼내 들었지만 "이마저도 맛이 없다"며 쓸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재산은 죽을 때 싸들고 갈 것도 아닌데, 살았으면 된 거지"라고 애써 말하던 어르신은 무릎 통증으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수십 년간 일군 삶의 흔적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자리, 그 빈자리를 이 작은 캐리어가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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