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얀마 지진 사망자 1천명 넘어…적십자 "만달레이 아파트 지구 90여명 매몰"

미얀마 내륙서 규모 7.7 강진…태국 방콕서 건설 중 빌딩 붕괴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의 여파로 29일(이하 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섰다. 적십자에 따르면 미얀마 만달레이 아파트 지구에 90여명이 매몰되는 등 추가 피해 사항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명 구조를 위해 미얀마·태국 당국과 국제사회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얀마는 오랜 내전으로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이 이미 상당 부분 무너진 가운데 지진까지 덮쳤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피해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성명을 내고 이번 지진과 관련해 사망자 1천2명, 부상자 2천376명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밝힌 144명에서 하루 만에 약 7배로 불어났다.

진앙과 가까운 인구 약 120만 명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등지에서 수많은 건물이 무너진 뒤 잔해에서 시신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앞서 전날 낮 12시 50분께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 강진이 덮쳐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매몰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미얀마 만달레이 교량. 연합뉴스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미얀마 만달레이 교량. 연합뉴스

또 이후 모두 12차례 여진이 감지됐다고 미얀마 기상 당국이 전했다. 여진 규모는 최소 2.8부터 최대 7.5에 달했다.

미얀마 당국과 국제기구, 구호단체 등은 인명 구조와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내전으로 정부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지진으로 도로·통신망이 상당 부분 파괴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관련 보고서에서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일 확률 36%, 1만∼10만명 사이일 확률 35%로 사망자가 1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71%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또 경제적 손실은 1천억 달러(약 147조원)가 넘을 확률이 33%, 100억∼1천억 달러(14조∼147조원)가 35% 등으로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지질연구소(BGS)의 지진학자 브라이언 밥티는 미얀마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사가잉 단층의 약 200㎞ 구간이 약 1분 동안 파열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단층 한쪽이 최대 5m까지 미끄러져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도 구체적인 인명피해 사례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미얀마 아웅반 호텔의. 연합뉴스
미얀마 중부 내륙에서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미얀마 아웅반 호텔의. 연합뉴스

이번 지진으로 거의 초토화된 만달레이의 붕괴한 한 아파트 건물에서는 시신 30구가 수습됐다고 현지 구조대원이 밝혔다.

만달레이의 다른 한 아파트 지구에서는 무너진 건물에 90명 이상이 매몰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적십자 관계자가 AFP통신에 밝혔다.

이 밖에 파야 타웅 사원의 붕괴로 승려 수십 명이 매몰됐고 마 소예 예인 사원 등 다른 주요 건물도 무너졌다.

만달레이의 다른 구조대원은 "건물 대부분이 붕괴했다"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달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부상자들을 수용할 병원도 이미 과부화다.

만달레이 종합병원은 거의 꽉 찬 상태이며 병원 건물 역시 부서졌다고 전했다.

만달레이 주변 마을의 구조대원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기계가 필요하지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BBC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 남쪽으로 200㎞ 이상 떨어진 수도 네피도 일대에서도 사원 등 건물에서 최소 60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더 많은 사람이 매몰돼 있다고 한 구조대원이 전했다.

네피도에서는 이날 복구 인력들이 부서진 도로를 긴급 복구했지만,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전화·인터넷이 중단된 상태다.

진앙에서 1천여㎞ 떨어진 태국 방콕에서도 중국 기업이 건설 중이던 33층 높이 태국 정부 건물의 붕괴로 6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했으며 47명이 실종 상태라고 방콕시 당국이 밝혔다.

이날 수색 작업을 하던 구조 인력들은 건물 잔해 밑에 생존자가 있다는 신호를 포착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지진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세계 각국도 구조·복구 작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엔은 미얀마 복구 작업에 500만 달러(약 74억원)를 일차로 배정하고 현지 유엔 직원 등을 통해 피해 규모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범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도 성명을 내고 미얀마에 효과적인 지원을 적시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중에서는 미얀마 군사정권과 가까운 중국·러시아가 가장 먼저 구조인력을 현지에 보냈다.

인도는 수색·구조팀과 의료팀, 식량을 보냈으며, 말레이시아도 30일 지원 인력 50명을 파견한다.

한국 외교부는 미얀마에 200만 달러(약 29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