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 내 딸 때렸냐?" 아동 세워놓고 다그친 30대, 아동학대 여부 논란

법원 "사회적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행위" 무죄 선고, 검찰은 항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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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동을 찾아가 "내 딸을 때렸느냐"고 큰소리를 치며 10여분간 다그친 3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회 통념상 충분히 통용될 수있다는 법원의 판단이지만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며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학교 정문 앞에서 B(11)군과 그의 모친 C씨를 만나 B군의 친구들이 듣는 가운데 "너 내 딸(9) 때렸어, 안 때렸어?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냐"고 큰소리를 치며 약 10분간 피해자를 다그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A씨는 해당 일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게 됐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살핀 박 부장판사는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으로 미루어보아 아동학대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대부분 C씨와 대화를 직접 나누고, B군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서 A씨는 중간중간 손동작 등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어떤 방향을 가리키거나 특정 행위를 재연하는 모습에 가까울 뿐 B군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이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봤다.

설령 A씨가 공소사실처럼 발언했더라도 학폭 피해 사실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학부모 입장에서 질문하는 것 자체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C씨는 경찰조사에서 "모든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아들이 울었다"고 했지만, 영상 속에서 C씨는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B군을 달래거나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박 부장판사는 아동을 울렸다고 해서 곧바로 정서적 학대 행위가 되는 게 아닐뿐더러 B군의 부모가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나서야 자리를 뜨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A씨가 학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춘천지법에서 또 한 번 판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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