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업체 ㈜P사를 운영하고 있는 유모(67) 씨는 자녀에게 가업승계를 통해 회사를 물려주고 본인은 은퇴 후 귀농을 계획하고 있다. 회사 성장에만 힘썼던 그는 가업승계를 앞두고 절세방법 등을 알고 싶어 상담을 의뢰해왔다.
◆농업인이라면 농업회사법인 전환
육가공업은 경기에 민감해 다른 업종에 비해 다소 부침이 많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회사 문을 닫은 곳도 여럿 있지만 ㈜P사는 유씨의 경영 노하우와 탄탄한 영업망 덕분에 잘 버티고 있다.
㈜P사는 창업한 지 28년 된 중소기업으로 매출액은 매년 75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 정도를 꾸준히 달성하고 있다. 총자산은 48억원으로 많지 않지만 무차입경영으로 내실은 탄탄한 편이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이 전혀 없다. 최근 경기침체로 다소 어려운 점은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이 없어 자금 문제는 큰 걱정이 없다. 주변에서 문을 닫는 회사들이 대체로 은행 대출금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왔다. 이제는 나름 안정적인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아 가업승계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최진혁 전문위원은 "우선 ㈜P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농업회사법인은 법인세 감면 등 상당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회사법인은 신규 설립 뿐만 아니라 기존 주식회사의 농업회사법인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의 경영이나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를 기업적으로 하려는 자나 농업인의 농작업을 대행하거나 농어촌 관광휴양사업을 하려는 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설립이 가능하다.
㈜P사의 육가공업도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에 해당한다. 다만, ㈜P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주 중 농업인이 발행주식총수의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방효준 전문위원은 "농업회사법인을 신규 설립하는 경우에는 발기인 전원이 농업인이어야 하지만 기존 주식회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주주 중 1인이 농업인으로 지분의 10%를 보유하면 된다"며 "유씨가 농업인이라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하는 요건에는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농업회사법인으로 절세
농업회사법인은 여러 세제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과거 탈법 등이 성행해 최근에는 관리·감독이 꽤 까다로워졌다. 농업회사법인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농업의 경영이나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 등 외의 다른 업종을 추가로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동산 임대업이나 태양광발전업 등을 영위할 수 없다.
㈜P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관을 개정하고, 각종 서류를 첨부해 관할관청에 농업회사법인 설립 신고부터 해야 한다. 설립 허가 후 ㈜P사의 상호 및 사업목적 등의 변경등기를 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면 마무리된다. 농업회사법인으로의 전환 후 ㈜P사의 상호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P'가 된다.
㈜P사가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가장 큰 세제 혜택은 법인세 감면이다. 박시호 전문위원은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한 당해연도와 그 다음 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4년 이내의 과세연도까지 법인세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육가공업은 농업회사법인의 법인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현재에는 농업회사법인이 축산물을 유통·가공·판매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은 조세특례제한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법인세 감면이 적용되고, 주식회사가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전환 후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감면이 적용된다.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P사는 법인세 감면으로 상당한 혜택이 예상된다.
◆증여세 고려해 시기 결정
유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작은 아들은 ㈜P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큰 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작은 아들은 벌써 10여년째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경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당연히 회사는 작은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결정이 됐고, 큰 아들에게 주식의 일부를 주기로 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의 비상장주식 보충적평가방법에 따라 ㈜P사의 주식을 평가해 보니 1주당 주식평가액은 80만원으로 유씨가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40억원이다. 1주당 주식평가액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유씨는 올해 작은 아들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본인은 퇴직 후 회사 고문으로 작은 아들의 후견인 역할만 하기로 했다.
유씨의 퇴직금을 계산해 보니 약 6억원 정도다. 올해 유씨의 퇴직금을 정산한 후 2026년 기준 주식평가 시뮬레이션를 한 결과 1주당 주식평가액은 65만원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가업증여 등의 실행은 올해 하지 않고 내년에 주식가치가 떨어진 후 실행하기로 했다.
작은 아들에게 ㈜P사의 주식 60%를 가업증여 과세특례를 통해 증여를 하고, 큰 아들에게는 30%를 증여하기로 했다. 다만, 큰 아들에 대한 증여는 증여세를 고려해 우선 8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박현철 전문위원은 "농업회사법인의 자격요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씨가 지분의 10%는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유씨가 계속 보유하기로 한 지분 10%는 회사를 물려받을 작은 아들이 농업인 자격을 취득할 경우 그때 작은 아들에게 역시 가업증여 과세특례로 물려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작은 아들에게 가업증여 과세특례를 적용해 주식을 증여할 경우 주식 3천주에 대한 평가액은 19억5천만원이다. 10억원을 공제한 후 9억5천만원에 대해 가업증여 과세특례 증여세율 10%를 적용하면 증여세는 9천500만원이다.
㈜P의 사업무관자산은 없다. 만약 올해 가업증여 과세특례를 할 경우 3천주에 대한 주식평가액은 24억원으로 10억원을 공제한 후 14억원에 대해 가업증여 과세특례 증여세율 10%를 적용하면 증여세는 1억4천만원이다. 세금 차이가 4천500만원이다.
큰 아들에게 물려줄 주식 1천500주 중 증여세를 고려해 우선 내년에 800주를 증여하고, 나머지 700주는 10년이 지난 후 증여하기로 했다. 800주에 대한 주식평가액은 5억2천만원이다. 직계존비속에 대한 증여공제액 5천만원을 공제한 후 4억7천만원에 대한 증여세는 8천400만원이다.
한편, 농업회사법인의 주주는 배당소득 중 식량작물재배업 소득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전액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면제하고, 식량작물재배업 소득 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은 종합소득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아니한다.
농산물 유통·가공·판매 및 농작업 대행에서 발생한 소득은 종합소득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아니하는 소득에 해당한다. 따라서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한 후에는 ㈜P사에서 받는 배당소득은 다른 배당소득 및 이자소득 등과 종합소득으로 합산하지 않고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배당소득세만 내면 된다.

〈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 전문위원단〉
▷최진혁 퍼시픽경영자문 이사(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장)
▷박시호 박시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박현철 참회계법인 회계사
▷방효준 명인노무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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