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공지영 작가는 지난 27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수성성당 초청으로, 사순특강 '기도하는 하루'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순절은 기독교의 대표적인 절기로 부활절 전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신앙생활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공지영 작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등을 펴낸 한국 대표 소설가다.
일주일 전 집안을 가꾸다가 부상을 당해 선글라스를 꼈다는 말로 첫 인사말을 건넨 공 작가는 이날 '순종'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루치아, 프란체스카, 파티마 등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하느님과 성모에게 순종하며 봉헌을 한 성녀들의 이야기를 전한 공 작가는 "그 성녀처럼 매일 매일 그 밧줄과 같은 고통이 찾아온다면 봉헌을 하면 된다. 기적은 멀리있지 않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힘들었던 2003년 집에 불까지 났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작가는 "불에 타 죽을 뻔한 것을 막아주셨다. 그 전까지 '열심히 기도했는데 왜 이런 불행을 내게 주시냐'며 원망만 했는데 그 일을 계기로 '그동안 안 막아 주신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 작가는 7년 전부터 섬진강이 보이는 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녀는 "사랑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도심에 있을 때는 혼자 있으면 있을수록 마음이 외로워졌는데 지금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했다.
이어 "낙원을 잃어버린 과거의 나는 조금이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애쓰고 붕떠서 살았다. 항상 뭔가를 갈구했는데 사람은 그걸 채워주지 못했고, 내게 조금 남은 것마저 가져갔다"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자연을 보면 하느님의 모상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채워진다"고 덧붙였다.
"후배 작가인 한강은 상을 타서 뉴스에 나오는데 나는 최근까지도 '검찰 송치' 같은 이슈로 뉴스에 나온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건넨 공 작가는 진보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놨다.
그녀는 "단 한번도 진보의 가치를 잃은 적 없다. 하지만 AI시대인 지금은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고 상식과 비상식, 생명과 반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봄이 오면 겨울을 나게 한 패딩을 벗어야 한다. 매일 매일 새롭게 아침을 열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의 날씨는 다르다. 봄이 오면 겨울을 나게 한 패딩을 벗듯이 오늘은 오늘의 기온 대로 옷을 입는 것이 바로 생명"이라고 말을 이었다.
또 "산에 있으면 외롭지 않지만 이런(정치적) 생각을 하면 외로워진다. 그렇지만 '586세대'라고 하는 우리 세대는 지금 너무 많이 가졌고, 기회의 사다리를 많이 차버리는 것 같다"며 "내가 진실이라고 느낀다면 그것을 택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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