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의견 표명이므로 허위 사실 아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새롭게 드러난 증거 하나 없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21년 10월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는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질문(질문 형식이지만 사실상 해명 기회 제공)에 "만약에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변경을) 안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서"라고 답변했다.
이 대표가 당시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귀 시(市)가 적의 판단할 사항'이라는 공문을 "협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면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삼겠다고 협박해서"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말한 것이 아니라 '직무유기, 협박했다'라는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다.
게다가 1심 법원에 증인으로 나온 성남시 공무원 중 협박으로 느꼈다는 사람이 없었고, 국토부 공무원 중에도 직무유기로 문제삼겠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의견 표명"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한 법원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는 이 대표가 김문기씨와 골프를 쳤는지 여부가 쟁점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김문기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해서 골프를 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씨와 골프를 안 쳤다는 말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역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 "네 자식을 먹을까, 살려줄까?"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 내려온 이야기다. 나일강 강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악어가 물어갔다. 아이의 아버지는 자식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악어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이를 돌려줄까? 돌려주지 않을까? 내 생각을 맞춘다면, 아이를 산 채로 돌려 주마!"
아이의 아버지가 '돌려 주겠지요' 라고 말한다면 악어는 '틀렸다'며 아이를 잡아먹을 심산이었다. 마찬가지로 '돌려주지 않겠지요' 라고 말한다면, '나는 돌려 줄 생각이었는데, 틀렸다'고 할 작정이었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악어는 아이를 돌려 줄 생각이 없었다.
부모의 어떤 대답, 어떤 논리, 어떤 증거로도 악어가 이미 정해놓은 결론(아이를 잡아먹겠다)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 '무죄 결론' 정해놓고 판결하는 듯
유독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에는 '무죄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논리를 개발하고, 법리를 갖다붙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많다.
2020년 7월 대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에 대해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니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심 당선 무효형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이 사건에서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되었다.
2023년 9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관련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疏明)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에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24년 11월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한 사람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는데, 그 교사한 사람에게는 '교사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고의로 교사하지 않았는데, 증인이 스스로 위증을 해서 이 대표의 무죄를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 악어가 강을 떠나 마을에 침입하면
이재명 대표 관련 각종 판결은 우리 사법(司法)이 정치에 오염(汚染)됐음을 보여 주는 방증(傍證)이다. 판사의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말이다.
판사도 사람이다. 그들이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갖는 것,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 영역의 일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에서 '양심'은 법관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법관의 직업 윤리적 양심을 말하는 것이다.
악어가 나일강이라는 거대한 강 속에서, 강의 질서를 준수하는 한, 사람 역시 그 질서를 존중한다. 악어가 나일강에서 사람을 잡아 먹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악어가 마을에 침범해 제 멋대로 사람을 물어가는 데도 그냥 두고 볼 사람은 없다. 악어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판사는 법과 법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정치적 이념, 정치적 지지 잣대로 재판한다면 악어가 마을에 침범해 사람을 마음대로 물어가는 격(사법의 정치화)이다. 대법원마저 이 대표 관련 재판에서 법을 농락하고 국민상식을 우롱한다면 국민들은 법원의 역할과 권위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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