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아주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제안한 '고감각성 인간(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개념은 소리, 빛, 냄새 등 감각 자극에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깊이 반응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나 역시 소위 고감각성인간이라, 극단적으로 기쁘고, 슬프고, 불안하고, 무섭고, 화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지만, 많은 사람이 슬프다고 말하는 그 작품을 시도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궁금하긴 하지만 감정적 소모가 두려워 아예 그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나에게 항상 적합한 방법인지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감정을 피하는 대신, 때로는 그 감정을 직면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감각성 인간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예술가와 일반인에게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술가들은 종종 고감각성을 가진 채 감정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강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이 경험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며 작품을 내어놓는 것이다.
화가 프리다 칼로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치유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작품 역시 자신이 느낀 인간 내면의 고통과 갈등의 결과물일 것이다. '자신을 갉아먹으며 예술활동을 한다'라는 표현도 강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더 높은 강도로 마주하는 이들이 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승화시키기에 나온 것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나는 예술가가 아니며, 때때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회피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예술가들이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처럼, 나는 감정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 감정을 과도하게 받아들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피하다 보니 새로운 경험이 없어 삶이 단조롭다. 나도 이게 올바른 삶의 방식인지 의문 드는 참이었다.
결국, 우리는 회피와 표현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 감정을 피하는 것이 때때로 필요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회피하는 것보다는 감정의 깊이를 적절히 경험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면서 감정의 깊이를 경험하고, 그것을 적절히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더 균형 잡힌 삶을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다.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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