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로 국가 산림문화자산 2곳 모두 잃은 청송…목계·중평숲 소실

고령목 밑둥치 까지 불길이 파고 들어
일부 나무는 뿌리까지 영향을 줘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상태
안타깝지만 안전진단 후 베어야 하는 상황…수백 년 청송 자연 자산이 한순간에 없어져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의 고령목이 산불 피해를 입고 쓰러져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의 고령목이 산불 피해를 입고 쓰러져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청송의 귀중한 자연 자산인 목계숲과 중평숲이 최근 발생한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두 숲 모두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자연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청송읍과 진보면을 잇는 31번 국도변에 위치한 목계숲은 면적 9,917㎡에 달하며, 높이 15~20m의 소나무 2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소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25일 발생한 안동 산불이 청송 파천면 지경재를 넘어 이곳까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었다. 강력한 화기가 일부 고령목의 밑둥치를 파고들어 나무들이 쓰러지고, 일부 나무는 송진의 기름 성분으로 불길이 더 강하게 타면서 결국 완전히 소실됐다. 부러진 나무의 몸통을 들여다보면, 마치 화로처럼 속이 검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에 한 고령목 둥치. 산불 피해를 입고 부러졌지만 불길은 밑둥치 바닥까지 타들어가 마치 화로처럼 보인다. 전종훈 기자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에 한 고령목 둥치. 산불 피해를 입고 부러졌지만 불길은 밑둥치 바닥까지 타들어가 마치 화로처럼 보인다. 전종훈 기자

목계숲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지닌 곳이다. 청송 수정사의 옛 주지스님이 이곳에 소나무를 심으면 방풍 역할을 해 마을에 닥칠 액운을 막는다고 믿어졌으며,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숲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숲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에 있는 주택, 임야, 농지 등이 피해를 입으며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중평숲도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고속도로 청송나들목에서 진보면 방향으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중평마을 입구에 위치한 중평숲은 면적 9,900여 ㎡의 소나무 숲으로, 200여 년 된 소나무 80여 그루가 자생해 있다. 그러나 불길이 다가오면서 숲의 밑둥치가 모두 타버렸고, 일부 나무는 뿌리까지 영향을 받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도로변이나 사람이 지나가는 곳에서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의 고령목이 산불 피해를 입고 쓰러져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31일 청송군 파천면 목계숲의 고령목이 산불 피해를 입고 쓰러져 있는 모습. 전종훈 기자

중평숲 역시 마을 안의 이로운 기운을 지키고, 마을 밖에서의 시선을 차단하는 중요한 비보림 역할을 해온 곳이다. 또한, 용전천과 인접해 있어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캠핑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청송군 관계자는 "밑둥치가 타들어간 나무들은 언제든 도복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받은 뒤 안타깝게도 베어야 할 것 같다"며 "수백 년을 이어온 청송의 자연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에 대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청송 한 주민은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와 재건 작업은 향후 청송 지역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주민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청송이 다시 아름다운 자연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31일 청송군 파천면 중평숲. 산불 피해로 200년 넘은 고령목들의 밑둥치가 검게 타들어갔다. 이 나무들은 안전진단을 받은 뒤 상태가 심한 목은 베어질 예정이다. 전종훈 기자.
31일 청송군 파천면 중평숲. 산불 피해로 200년 넘은 고령목들의 밑둥치가 검게 타들어갔다. 이 나무들은 안전진단을 받은 뒤 상태가 심한 목은 베어질 예정이다.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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