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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콩·양파 이모작…벼농사 때보다 소득 3배 ↑

정부 '벼 재배면적 조정제' 효과
벼 과잉 생산-쌀값 하락 악순환
타작물 전환 농가에 지원·혜택
문경 영순들녘 생산성 20% 증가

지난해 5월 경북 문경시 영순면 혁신농업타운 들녘에서 열린
지난해 5월 경북 문경시 영순면 혁신농업타운 들녘에서 열린 '농업소득을 두배로, 경북 농업대전환 성과보고회'에서 이철우(왼쪽부터) 경북도지사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상주문경), 신현국 문경시장 등이 양파를 수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 최근 경기도 공무원들이 경북 문경 영순면을 찾았다. '경북 혁신농업타운 1호' 문경지구 영순들녘을 사례조사 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농가 80곳이 2023년 하나의 농업 법인을 구성해 농지 110㏊에서 공동 작업하며 여름에는 콩, 겨울에는 양파와 감자를 재배한다. 이모작으로 소득은 벼 홑짓기 때보다 3.2배 늘었고, 농업 규모를 키워 기계화가 가능해지면서 생산성도 15∼20% 향상됐다.

농민 홍윤식(77) 씨는 "50년간 벼농사를 지었다. 해마다 쌀값은 불안하고 근력도 부족해 막막했는데, 젊은 세대가 들녘을 이어받고 소득은 오히려 늘려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촌은 고령화, 낮은 소득, 쌀 과잉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 해법으로 전국에서 논 타작물 재배를 추진하면서 각지에서 영순들녘을 배우러 온다"고 전했다.

정부가 쌀 산업의 수급 안정을 위한 카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경북의 '농업 대전환' 시책이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조적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자치단체가 전략작물·타작물·친환경 인증·농지 전용·자율 감축 등 5개 유형 가운데 지역 여건에 맞는 것을 선택, 실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대구 중구(706㏊)의 113배 수준인 8만㏊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경북에서는 1만710㏊를 감축하려고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배면적이 수요에 비해 과다한 현재 쌀 산업 구조 아래에서는 초과 생산과 쌀값 불안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잉생산-쌀값 하락-시장격리'의 악순환을 끊고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증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 일대
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 일대 '혁신농업타운 문경지구' 영순들녘을 운영하는 청년농 늘봄영농조합법인(대표 홍의식)은 2023년 12월 주주형 공동영농에 참여한 80농가에 대해 총 배당금 9억9천800만원을 지급했다. 경북도 제공

실제로 국내에서는 2005년 이후 12차례에 걸친 시장 격리에도 쌀값 불안정은 계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30년 전인 1994년(108.3㎏)의 절반 수준인 55.8㎏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이에 정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동참 농가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율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먼저 벼 대신 타작물을 심는 농가 지원을 위한 전략작물 직불제 예산은 지난해 1천865억원에서 올해에는 2천440억원으로 늘린다. 또 타작물 전환을 위한 전용 장비를 지원하고, 배수로 등 기반시설 정비를 돕는다.

자율 감축의 경우 공공비축미 매입 때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치단체가 식량 및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 이를 지원한다.

김주령 국장은 "정부의 쌀 산업 구조개혁에 부응하면서 농가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도내에서도 '농업대전환 공동영농 모델' 확산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공동영농 이모작 우수 시군을 평가, 50억원 규모 시상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반도 경관 농업단지 유채꽃 전경. 호미곶은 해풍이 강하고 태풍에 취약해 쌀농사가 힘든 조건이다. 이에 포항시는 2018년 벼농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경관농업단지로 전환하며 겨울을 제외한 3계절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생산 327억원, 소득 51억원, 부가가치 108억원, 고용 344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반도 경관 농업단지 유채꽃 전경. 호미곶은 해풍이 강하고 태풍에 취약해 쌀농사가 힘든 조건이다. 이에 포항시는 2018년 벼농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경관농업단지로 전환하며 겨울을 제외한 3계절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생산 327억원, 소득 51억원, 부가가치 108억원, 고용 344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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