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만규] 정부 정책의 일관성, 신뢰의 기둥이다

국책사업인 TK신공항의 책임있는 추진을 촉구한다

이만규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 대구시의회의장

국가 정책은 변덕스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도 굳건히 빛을 비추는 등대와 같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폭풍을 맞닥뜨리자 돌연 대구경북(TK)신공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항로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TK신공항 건설에 대한 확고한 지원 의지를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지역 균형발전과 항공 물류 허브로서 TK 지역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2030년까지 개항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추진 속도를 높이고 연계 고속 교통망 확충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신공항을 대구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지역 주민들은 큰 기대감을 품어 왔다.

TK신공항 사업은 중남부권 물류·여객 복합 공항을 조성해 수도권 중심의 투자 편중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산업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큰 포부가 담겨 있다. 대구시에서도 이런 신공항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 준비해 왔다. 여러 차례의 고비를 지역 리더와 정계, 시도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겨 내며 지켜 온 숙원 과제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되자 TK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입장을 급격히 선회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지원을 부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국가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우려스러운 행보다.

또한 그동안 TK신공항 성공을 위해 애써 온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 지역민이 꿈꿔 온 오랜 염원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다.

항공 인프라는 한 번 결정되면 수십 년간 지역 경제와 국가 물류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토대이다. 더욱이 TK신공항의 경우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 공항까지 연계된 '기부 대 양여' 방식의 대규모 사업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재원과 장기간의 건설 기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금융비용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재원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과 몇 달 사이에 긍정적 검토 의견에서 공자기금 투입 불가 입장으로 바뀐 것은 정책적 후퇴이다.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전액 국비로 추진하면서 유독 TK신공항 건설은 공자기금조차 빌려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공정과 형평에도 어긋나는 처사라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같은 차별적 결정은 결국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지역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할 때, 그 결정이 갖는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TK신공항 건설에 대한 입장 번복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닌, 국가 정책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관한 문제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로가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일관되게 놓여 있어야 기차가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 발전의 여정 또한 탄탄한 선로를 따라 달리는 기차와 같다. 달리는 기차가 선로를 갑자기 바꾸면, 탈선이라는 치명적인 사고를 피할 수 없다.

국가 인프라 사업은 정권의 변화나 정치적 상황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국가적 대계다. 정부는 일관된 정책 기조와 지역 간 형평성을 지키며, 약속한 바와 같이 TK신공항 건설에 대한 확고한 지원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현명하고 책임 있는 판단으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결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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