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 좁은 임도를 따라 5분 가량 올라가자 6천㎡ 규모의 자두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너편 산 능선에는 불길에 데인 듯 검게 그을린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곳은 경북 북동부를 휩쓴 '괴물 산불'이 처음 시작된 현장과 가깝다.
산비탈을 따라 들어선 자두밭은 3분의 1 정도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나무 밑동에서 시작된 그을음은 곁가지를 따라 꽃눈이 달린 잔가지까지 이어졌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야 할 잔가지가 '뚝' 부러졌다. 잔가지에 달린 꽃눈을 비비자 가루처럼 부서져 내렸다. 화상을 입은 꽃눈이 바짝 말라버리면 나무가 살아남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김정호(57) 의성군자두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은 "열기가 스친 나무는 열매는 맺더라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 피해를 일부만 입은 과수원이라도 과수목 전체를 교체해야한다"면서 "올해 의성군의 자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 북동부 산불의 여파로 국내 1위 자두 생산지인 의성군의 자두 생산량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성군은 연간 1만3천톤의 자두를 생산하며 전국 자두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산불 발생 기간동안 의성군은 자두, 사과 등 과수원 160㏊, 기타 55㏊ 등 경작지 215㏊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안평면 신안 2, 3리, 신월리 등과 의성읍 철파리, 중리리 등의 자두 농가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안평면과 의성읍의 자두 재배면적은 각각 185㏊, 209㏊로 봉양면에 이어 2, 3위를 차지한다.
자두 재배농가들은 피해 면적 규모보다 생산량 감소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가 열기를 버텼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과수원은 영농 관리 측면에서 과수목의 일부만 탔더라도 모두 캐내고 새로 심는 경향이 있다.
각기 다른 수령의 과수를 키우는 것보다 한꺼번에 묘목부터 키우는 편이 방제나 시비 등 경영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자두는 통상 2~3년 생 묘목을 심은 뒤 3년 후 첫 수확을 하고, 7~8년이 지나야 수확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면서 "상당 기간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의성군은 이달 5~7일로 예상되는 자두 개화기가 지나야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육안으로는 나무의 산불 피해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나무 속 체관이 손상되면 그대로 고사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피해 여부를 알 수 있다"면서 "개화기가 지나야 실제 피해 규모와 올해 자두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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