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길은 꺼졌지만 애도는 계속된다…대구, 산불 희생자 추모 이어져  

평일 낮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 시민 애도 발걸음
홍준표 대구시장 등 지역기관장 방문도 이어져

31일 오후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설치된
31일 오후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설치된 '영남권 산불피해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유진 기자

경북 북동부 지역 산불이 남긴 참혹한 피해 앞에 대구 시민들도 고개를 숙였다. 산불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구에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조문 행렬은 평일 낮에도 이어졌고, 국화를 내려놓는 손끝마다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31일 오후 3시쯤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 이곳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국화 한 송이를 단상 위에 올리고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어떤 이는 묵념 도중 눈물을 훔쳤고,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산불 발원지인 의성이 고향인 최명숙(65) 씨는 북구 국우동에 거주하는 시민이다. 최 씨는 "어릴 적 의성 다인면에서 자랐고, 지금도 친척 몇 명은 그곳에 산다"며 "이번 산불이 다인 쪽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고향 소식이라 며칠 내내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병원에 들렀다가 우연히 분향소를 발견했다는 그는 "검은 옷을 갖춰 입진 못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문을 하러 왔다"고 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시민 중에는 고령의 부모를 떠올려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 많았다. 산불 희생자 상당수가 60~90대 사이의 고령층으로, 재난 문자를 받지 못했거나 거동이 불편해 제때 대피하지 못해 자택 인근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달서구 상인동의 한솔성(67) 씨는 "경북 청송에서 실종된 90대 여성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가장 안타까웠다"며 "분향소를 우연히 봤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구순 노모가 떠올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은 뛰어서라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산불 사상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지역 기관장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이 분향소를 찾았고, 뒤이어 홍준표 대구시장과 시 간부 공무원들이 고인들을 애도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신봉수 대구고검장, 허영우 경북대 총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등도 분향소를 방문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대구시는 영남권 산불로 희생된 고인들과 유족들을 추모하기 위해 오는 4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분향소에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시민들의 헌화와 조문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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