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혁신산업 일자리 63% 수도권에 쏠렸다

국토연구원, 대구동부권 상위 10위권 '슈퍼스타지역' 분류
구미권 성장 둔화 '정체지역'
지역 주도·중앙 지원 시스템…육성형 혁신거점 환경 필수
파일럿 프로그램 도입 추진…3곳 선별 맞춤형 집중 지원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산업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대구동부권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이 희소한 혁신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집중된 혁신 일자리

국토연구원 산업입지연구센터 이윤석 부연구위원과 연구진은 1일 전국 지역노동시장권을 대상으로 혁신거점 구축을 위한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혁신산업 일자리의 63.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수도권이 인구의 50.5%, 종사자 수의 55.4%, 청년인구의 55.3%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토연구원은 매출액 중 R&D 투자액 비중과 종사자 수 대비 R&D 전담 인력 비중 모두 상위 25%에 해당하는 제조업 6개 업종과 서비스업 11개 업종을 혁신산업 일자리로 정의했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138개 지역노동시장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간 전체 혁신산업 일자리 증가에서 서울과 경기남부권이 1, 2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두 지역을 합치면 전체 증가량의 57.5%에 해당한다. 3위인 대전서부세종권(4.5%) 등 나머지 지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2012년 이후 수도권의 혁신산업 일자리 증가 속도가 비수도권보다 한층 더 빨라지면서 수도권 쏠림이 심화됐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2년 180개였던 수도권의 혁신기업은 2022년 268개로 4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114개에서 155개로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혁신산업 일자리의 지리적 편중과 지방형 혁신거점 구축'

◆대구동부권 비수도권 중에서 두각

국토연구원은 혁신산업 일자리의 절대규모뿐만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도 살펴보기 위해 상위 10위에 들어가는 지역을 ▷슈퍼스타지역 ▷정체지역 ▷강소신흥지역 등 3가지로 구분했다. 대구동부권은 비수도권 가운데서는 총량 또는 증가량과 상대지위 모두 상위 10위권인 슈퍼스타지역으로 분류됐다. 구미권은 양은 상위 10위권이지만 상대지위가 하락하며 성장세가 둔화된 정체지역으로 나타났다.

혁신산업 일자리의 공간적 분포는 수도권과 그 인근, 경부축 남단, 그외 강소신흥지역 등 크게 세가지 군집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증가량 기준 상위 10개 지역 중 8곳은 서울과 경기남부권에서 대전서부세종권까지 걸친 포도송이 형태의 광역 군집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체 증가량의 75.3%에 해당한다. 6개 슈퍼스타지역 중 대구동부권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지역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경부축 남단은 대구동부권을 중심으로 구미권, 부산권, 창원진해권을 아우르는 권역이다. 슈퍼스타지역인 대구동부권 외에 구미, 부산, 창원 등은 혁신산업 일자리 창출력이 다소 정체되고 있다. 그외 강소지역은 수도권에서 멀리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혁신산업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지역이다. 강원원주횡성권, 청주남부권, 전주동부권, 나주권이 이에 해당한다.

전주와 원주는 초기의 열악한 여건을 극복한 혁신거점 사례로 꼽힌다. 완성된 기업의 유치보다 중간지원조직을 중심으로 미숙한 기업을 성장시킨 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홈런 대신 번트와 안타에 집중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주와 원주의 혁신거점에 입주한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비수도권에 남겠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연구진은 "적절한 환경을 구축하다면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그대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전주와 원주의 혁신거점에서 성장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지역 내 자체 공장과 사옥을 짓고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혁신산업 일자리의 지리적 편중과 지방형 혁신거점 구축'

◆육성 중심의 접근법이 필수적

국토연구원은 지속가능한 혁신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배양실 역할을 하는 혁신거점이 필수적이라며 육성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은 거드는 체계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지역 노력으로 극복이 어려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여건이 미흡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점프스타트 프로그램도 제안됐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5개 중앙부처들이 함께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빅 푸쉬(big push)형 시범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보다 나은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2~3개 지역을 선별해 맞춤형 집중 지원을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퇴직한 외부 전문 인력을 해당 지역에 파견해 상주시키고 비용을 보조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제1006호 '혁신산업 일자리의 지리적 편중과 지방형 혁신거점 구축'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