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올 새도 없었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세상에는 자신과 어머니 둘뿐이었다. 정현우(16·가명) 군은 집에서 온종일 갓난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졌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지 않고 한 시간 가까이 되는 통학 길을 걸어 다녔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생기면 공과금부터 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해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현우 군에겐, 하루빨리 일자리를 찾아 가족들을 부양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가정에 무책임한 아버지…초등학생 때 이혼한 부모님
현우 군은 어릴 적 자주 아팠다. 새벽마다 툭하면 전날 먹었던 걸 토해내고 몸에 열이 올랐다. 아이가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차도 없는 새벽에 자전거를 끌고 현우 군을 병원에 데려가곤 했던 어머니. 현우 군은 그런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아버지와 자주 싸웠다고 했다.
20대 초반, 한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베트남에서 와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던 어머니와, 자식이 아파도 다음날 자신은 출근해야 하니 건들지 말라고 하던 아버지. 현우 군 아버지는 아이 걱정을 하는 자신의 배우자에게 애가 아플 때마다 "어떻게 매번 병원에 데려가느냐"며 "집에서 쉬면 다 낫는다"는 무책임한 말을 자주 했다.
현우 군 부모님은 돈 때문에도 자주 싸웠다. 부부가 맞벌이로 300만원을 겨우 벌던 때였는데, 현우 군 어머니는 고국으로도 돈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항상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맞벌이하면서도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건 현우 군 어머니 혼자였다. 현우 군 아버지는 방세도 반반 나눠 내자고 하는 사람이었고, 가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현우 군은 어릴 적 매일 밤 자리에 누워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가치관과 책임감의 정도가 너무나 달랐던 부부는 결국 현우 군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이혼했다.
현우 군 어머니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뒤 경북으로 거처를 옮겼다. 현우 군은 어머니가 새 거처에 정착할 때까지 아버지와 지냈는데, 요리를 못 했던 아버지가 어린 현우 군에게 먹였던 음식은 통조림이나 즉석식품이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현우 군 걱정에 넉 달 만에 자신의 월세방으로 아들을 데려왔다.
공부를 어려워했던 현우 군은 전학 간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영상 편집에 재미를 들였다. 사용하는 장비가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바뀐 이후로는 특기를 살려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중학생에게 계약서를 제대로 써주는 곳이 없어 임금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머니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반에서 늘 조용히 지내던 현우 군은, 하고 싶은 일을 만난 뒤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어 여러 친구와 어울리게 됐다.
◆재혼한 남편 도망…갓난아이 돌보느라 수급비만으로 지내야 하는 세 가족
현우 군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어머니는 방 두 개가 딸린 집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새로운 거처는 대구의 한 시장 안에 있는 상가 건물이었다. 낡아서 제 기능을 못하는 에어컨 한 대가 달린 집은 여름이 되면 찔 듯이 더웠고 겨울이면 얼음장 같았다. 세탁기도 작동이 잘 안 됐다. 하지만 방 두 개에 월세 40만원인 곳을 찾기 쉽지 않아 참고 살 수밖에 없었다.
도움 줄 가족도 없고 쓰는 언어도 다른 나라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우 군 어머니는 재혼을 결심했다. 어머니는 지인에게 소개받은 스리랑카 사람과 혼인신고를 했다. 현우 군은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남자 어른의 존재가 당황스러웠지만, 어머니가 선택한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비자 문제로 본국에 잠깐 다녀와야 한다며 임신한 어머니를 남겨두고 한국을 떠난 뒤 연락을 끊기 전까지는.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현우 군의 어머니는 부른 배를 내려다보며 자주 슬픔에 잠겼다. 임신 4개월부터 어머니는 밖에서 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족은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생활했다. 그맘 때쯤, 현우 군이 20살 때까지 양육비 지급을 약속했던 친부가 양육비를 끊으며 형편은 더욱 나빠졌다. 그런 현우 군 가족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집주인 내외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도왔고, 가족은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난 작년 6월부터 수급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족은 갓난아이를 돌보는 1년 반 동안 그동안 어머니가 일하며 모아둔 돈, 현우 군이 아르바이트 한 돈, 수급비와 출산지원금으로 어떻게든 버텨 왔다. 하지만 다음 달쯤이면 그간 받던 지원금이 끊기는 시기였다. 앞으로 수급비만으로 월세방에서 두 아이를 길러야 하는 현우 군 어머니는 고민이 많다. 방세 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에 LH 임대주택을 신청하고 싶어도, 언어의 한계로 신청 방법을 몰랐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어머니 대신 현우 군이 행정적인 일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 신청처럼 복잡한 서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방송부와 선도부 일을 병행하며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현우 군이 가정에 온전히 신경을 쏟기는 어려웠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현우 군은, 어서 일자리를 찾아 어머니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자신이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우 군은 항상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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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혈소판 증가증으로 생사 기로에 놓인 애런 씨에 2,581만원 전달
16년 전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으로 온 뒤 갑자기 발병한 혈소판 증가증으로 생사 기로에 놓인 애런 씨(매일신문 3월 18일 11면 보도)에게 2천581만4천10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장정순 10만원 ▷하혜련 5만원 ▷김점숙 3만원 ▷김지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성민교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돕자' 1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픈 몸과 억대 빚에 막막한 구현진 씨에 2,205만원 성금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려 무직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홀로 생계와 육아를 책임지다 빚에 허덕이게 된 심한 관절염 앓는 구현진 씨(매일신문 3월 25일 11면 보도)에게 40개 단체, 120명의 독자가 2천205만7천52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리안갤러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연합광고사(김천수)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채움행정사무소(김원일)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문심학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각 20만원 ▷곽용 박용환 이성익 조득환 최창규 최채령 허금주 허정원 황우원 각 10만원 ▷김명구 박정희 백미화 서정오 송명숙 안대용 염정원 유명희 이동욱 이종하 이항희 임채숙 전우식 정원화 최상수 최영철 최한태 하경석 각 5만원 ▷강민주 김승민 김영수 배상영 변현택 서은주 신광련 이강준 이석우 이재민 이재열 임경숙 장유경 조성연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김경수 김하진 서숙영 안현준 이해수 조혜란 최미향 각 2만원 ▷김경진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소연 김옥란 김종식 김주현 김태천 김형철 박인배 박지혜 박태용 박홍선 백진규 변희광 엄익춘 우철규 유귀녀 이경희 이서영 이영수 이운대 이준수 이준우 이현민 전선수 정미라 정서원 정영선 정혜원 조영식 최경철 각 1만원 ▷류시배 손희정 신혜진 윤인주 이순덕 조용인 조철제 각 5천원 ▷이장윤 2천원 ▷심금자 최연준 각 1천원 ▷하정현 1천5원
▷'익명' 100만원 ▷'범물동김선우'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모두의건강행복잘살자' '평화가있기를' 각 3만원 ▷'예수님사랑' 2만원 ▷'부산대김백녕' '이화김수민' '석희석주' 각 1만원 ▷'힘내세요' 7777원 ▷'돕자' 1996원 ▷'심윤종요셉' 982원 ▷'돕자' 881원 ▷'어려운시기엔돕자' 771원 ▷'돕자' 11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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