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마가 삼킨 '영덕 송이 주산지 국사봉 일대'…송이 다시 보려면 최소 30년은 소요

국사봉 일대 송이채취 40여 농가, 무너진 생계에 망연자실
영덕군, 송이 농가 돕기 위해 '송이를 기타 작물로 분류 후 피해 접수'

산불이 영덕군 송이 주산지인 국사봉 일대를 덮치면서 산야가 검은 잿빛으로 변했다. 영덕군 제공
산불이 영덕군 송이 주산지인 국사봉 일대를 덮치면서 산야가 검은 잿빛으로 변했다. 영덕군 제공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영덕군 송이 주산지를 덮치면서 송이 채취 농가를 망연자실케 했다. 13년 연속 생산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던 영덕의 송이생산량 기록도 한동안 기대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산불은 송이 생산이 가장 많은 영덕군 지품면 등 4천137㏊에 이르는 송이산을 태웠다. 전체 산 피해 면적 8천50㏊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수치다.

영덕은 매년 송이 채취량이 줄고 있긴 하지만 꾸준한 병해충 관리 등에 힘입어 국내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국사봉이 자리한 지품면 삼화2리는 영덕군 전체 송이생산량(지난해 기준·1만2천178kg)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송이 주산지다.

문제는 이번 산불로 국사봉(지품면 산봉우리 이름) 일대가 모두 소실됐다는 점이다. 3년 전 산불도, 소나무재선충병도 모두 견뎌낸 지역이 이번 산불로 맥없이 무너지면서 농가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송이에 대한 법적 보상 방안도 없어 농민들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송이는 산에서 자생하고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 피해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행법상 재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영덕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덕군은 엄청난 이번 산불 피해를 감안해 송이를 기타 작물로 분류해 피해접수를 받고 있다. 8일까지 읍·면·동을 통해 송이산 피해 신고를 받고 있는데, 워낙 피해가 커 보상 금액 산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고 접수하는 농가는 생산량 증명서와 영수증, 입출금 내용서 등 송이산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공직 퇴직 후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오도흥(64)씨는 "국사봉 일대에 40여 가구가 송이를 채취하며 1년을 먹고 사는데, 산불이 모든 걸 앗아갔다. 송이는 30~40년 묵은 소나무가 송이균에 감염된 뒤 토양상태와 온도에 따라 자라는데, 이번 불로 송이를 생산할 수 있는 소나무가 모두 사라졌다. 최소 30년은 넘어야 송이를 구경할텐데 피해농민들 가운데 그 세상을 보고 죽을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영덕 송이산 3만3천㎡(1만평)을 매입한 A(62·포항시)씨는 "노후 자금을 모두 털어 이번에 산을 매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또 자식들은 어찌 볼 지 막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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