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영덕군 송이 주산지를 덮치면서 송이 채취 농가를 망연자실케 했다. 13년 연속 생산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던 영덕의 송이생산량 기록도 한동안 기대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산불은 송이 생산이 가장 많은 영덕군 지품면 등 4천137㏊에 이르는 송이산을 태웠다. 전체 산 피해 면적 8천50㏊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수치다.
영덕은 매년 송이 채취량이 줄고 있긴 하지만 꾸준한 병해충 관리 등에 힘입어 국내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국사봉이 자리한 지품면 삼화2리는 영덕군 전체 송이생산량(지난해 기준·1만2천178kg)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송이 주산지다.
문제는 이번 산불로 국사봉(지품면 산봉우리 이름) 일대가 모두 소실됐다는 점이다. 3년 전 산불도, 소나무재선충병도 모두 견뎌낸 지역이 이번 산불로 맥없이 무너지면서 농가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송이에 대한 법적 보상 방안도 없어 농민들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송이는 산에서 자생하고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 피해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행법상 재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영덕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덕군은 엄청난 이번 산불 피해를 감안해 송이를 기타 작물로 분류해 피해접수를 받고 있다. 8일까지 읍·면·동을 통해 송이산 피해 신고를 받고 있는데, 워낙 피해가 커 보상 금액 산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고 접수하는 농가는 생산량 증명서와 영수증, 입출금 내용서 등 송이산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공직 퇴직 후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오도흥(64)씨는 "국사봉 일대에 40여 가구가 송이를 채취하며 1년을 먹고 사는데, 산불이 모든 걸 앗아갔다. 송이는 30~40년 묵은 소나무가 송이균에 감염된 뒤 토양상태와 온도에 따라 자라는데, 이번 불로 송이를 생산할 수 있는 소나무가 모두 사라졌다. 최소 30년은 넘어야 송이를 구경할텐데 피해농민들 가운데 그 세상을 보고 죽을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영덕 송이산 3만3천㎡(1만평)을 매입한 A(62·포항시)씨는 "노후 자금을 모두 털어 이번에 산을 매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또 자식들은 어찌 볼 지 막막하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전한길 "탄핵 100% 기각·각하될 것…尹 복귀 후 개헌·조기총선 해야"
尹 선고 지연에 다급해진 거야…위헌적 입법으로 헌재 압박
'위헌소지'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 법사위 소위 통과…문형배·이미선 임기 연장되나(종합)
尹 탄핵심판 결론은 이미 나왔다…결정문 작성 매진
박지원 "탄핵 심판 5:3?…기각하면 제2의 이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