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의성 발 산불이 안동 일직면으로 건너왔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괴물 산불이 휩쓰는 현장에서 자신들의 일터를 지키고, 이웃 마을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몸으로 막아낸 '숨은 영웅'들이 박수받고 있다.
안동 리버힐CC에서 경기 진행중이던 캐디가 경기과에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신고를 한 시간은 25일 오후 3시 20분쯤.
곧바로 골프장 임원 2명은 11번홀 코스로, 직원 2명 골프장 인근 어담2리로 내달려 현장을 확인했다. 이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불길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3시 37분 골프장측은 전원에게 경기 중단을 통보하고, 4시 33분 모든 직원·손님들을 대피·철수 시켰다.
모두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간 이후 이웃 주민 대피를 돕던 캐디가 골프장 10번홀로 불길이 넘어오는 것을 목격, 황민웅 코스팀장에게 전화한 시간은 저녁 6시 30분.
이 때부터 리버힐CC 임직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이 골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일직면 국도와 골프장 입구인 국곡리는 화마가 덮쳐 인의 다른 골프장이 불길에 휩싸이고, 목재공장과 안동지역 최대 돼지농장을 비롯해 산으로 불길이 번진 상태여서 차량 통행이 차단된 상태였다.
직원들은 도청 신도시와 골프장을 잇는 덕봉산 산길을 이용해 7시 40분 골프장에 도착, 괴물 산불과의 사투를 벌였다. 소방력 동원 요청도 무산됐다. 이제는 스스로 골프장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이상원 대표와 김영주 본부장을 비롯해 팀장급 직원들, 남녀 캐디 30여명은 잔디에 물과 약을 뿌리는 '시약차' 4대와 긴급 요청해 도착한 살수차 1대로 10번홀과 11번홀로 넘어오는 불길을 막고 1km의 화선을 잡아 방어선을 구축했다.
4인1조로 다니면서 불이 산 아래로 내려오면 물을 퍼붓고, 땅을 뒤집고 발로 밟아 불을 껐다. 살수차 물이 떨어진데다가 전기와 수도마져 끊겨 골프장내 해저드 3곳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물을 끌어다 썼다.

황민웅 코스팀장은 "바람에 따라 불길이 의성쪽으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 오기를 수차례 계속됐다"며 "처음에는 골프장을 구하려 직원들이 뛰어 들었지만, 이 곳이 뚫리면 인근 마을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더욱 간절히 뛰어 다녔다"고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골프장 5번홀과 풍천면 어담2리 마을은 불과 300~500m 거리다. 게다가 어담리를 애워싸고 있는 덕봉산을 넘으면 곧바로 풍천면 신성리·광덕리를 비롯해 하회마을, 도청 신도시가 불과 1~2km거리다.
이 때문에 리버힐CC 임직원들의 산불 투혼은 골프장과 떨어진 앞쪽 산 잔불 정리까지 나서는 등 5일 밤낮으로 계속됐다. 30일 잔불과 뒷불까지 완전 진화됐다는 발표까지 수차례 연기 발생 등 발화 조짐도 막아냈다.
골프장 관계자는 "평소 직원들간 끈끈함이 어려울때 함께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된 것 같다"며 "무엇보다 골프장 직원들의 노력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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