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확산 당시 가장 먼저 설치됐던 의성체육관 일시 대피소가 열흘 만인 지난 1일 제 역할을 끝내고 문을 닫았다.
이날 오후 의성체육관은 하루종일 철수 준비로 부산했다. 군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재해구호물자와 이재민 현황을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한때 349명을 헤아렸던 의성체육관의 대피인원은 철수 당일인 이날에는 45명으로 줄어 있었다.
이재민들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가벼운 소지품을 배낭에 챙겼다. 부피가 큰 물건은 박스에 옮겨 담기도 했다.
변변한 옷가지 없이 몸만 피한 이재민들은 기증받은 옷 중에서 적당한 옷들을 골라 비닐 봉투에 넣었다. 대피소에서 사용하던 이불을 큰 봉투에 눌러 담거나 포장하는 이재민들도 눈에 띄었다.
산불 진화 기간 동안 이재민과 현장 진화 요원들의 끼니를 책임졌던 급식 자원봉사자들도 현장 정리와 마지막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저녁 식사 메뉴는 해신탕. 닭 한마리와 전복, 낙지, 인삼이 통째로 들어갔다. 떠나는 이재민들에게 영양이 듬뿍 담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배려였다.
김정희(60) 우리음식연구회장은 "이재민들이 대피소보다는 편안한 장소로 옮기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10일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냈다. 이제 봉사자들도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출발 예정 시각을 앞두고 짐 정리가 끝난 이재민들이 구호 천막 앞에 모여 앉았다. 여럿이 모여 있지만 별다른 대화가 없고 표정도 굳어 있었다.
주민들은 거주 환경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집이 모두 불에 탔다는 주민 이경복(71) 씨는 "대피소에서는 4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남편의 용변 처리가 어려웠다. 욕실이 있는 임시 거처로 가면 훨씬 나을 것"이라며 "마늘 농사도 한참 바쁜 시기여서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단촌면 구계리 주민 박영찬(71) 씨는 "임시거주시설을 내준다지만 영구적인 것도 아니고 결국 비워줘야 한다. 수억원을 들인 농기계나 살림살이는 또 어떻게 마련하겠냐"라며 "모두 갚아야하는 빚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주민들은 개인 차량이나 의성군이 마련한 버스에 나눠타고 각자 임시 거처로 향했다.
이곳 이재민 45명은 의성읍 청년임시주거시설 금강장과 휴먼시아아파트, 숙박시설, 단밀면 다원인재관 등 4곳으로 분산 배치됐다.
점곡체육관과 옥산체육관에 있던 주민 11명은 점곡면 체류형 한옥고택 만산정에서 지내게 된다. 이들은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날 옮긴 임시거처에서 머물 예정이다.
이재민들이 모두 떠난 의성체육관은 2일부터 구호 천막을 모두 철거하고 재해구호물자 지원 거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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