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헌 심판대에 오른 중대재해법,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부산지법 형사4-3부(재판장 김도균)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違憲) 심판(審判) 청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사건 관련자의 헌법 소원은 있었지만 법원이 위헌성을 직접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1월 시행된 이 법은 입법 단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월 법 적용 대상 범위가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까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재판부는 중대재해법 4조 1항 1호 '사업주의 재해 예방 의무'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어떤 재해(災害)의 예방(豫防)인지 명확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明確性)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 5조 '하청에 대한 원청의 재해 예방 의무' 조항은 원청에 대한 가혹한 형사책임을 추궁해 경제활동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과잉금지(過剩禁止)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6조 1항 처벌 조항은 "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하청 소속 근로자는 가벼운 처벌을, 원청 사업주는 훨씬 중한 처벌을 받는다"면서, 이것은 헌법상 책임주의(責任主義)·평등(平等)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그동안 산업계 등에서 지적해 왔던 문제점들을 법원(法院)이 사실상 인정(認定)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 몫이다. 부산지법 재판부는 "점점 자본화·거대화하는 산업계에서 기업 경영자가 전 사업의 모든 공정을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설령 전문적·기술적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모든 공정을 직접 통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식적이고 현실적(現實的) 판단이다.

경영 책임자 등에게 엄격한 책임만 묻는 중대재해법은 유능한 경영진을 현장에서 쫓아내고 사업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일터마저 사라지게 할 우려가 높다. 중대재해법이 처벌 목적이 아니라 재해 예방에 중점을 둔 실효성 있는 법으로 재탄생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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