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3편> 꿈의 디딤돌을 놓아주자

"한국어 못하는 이중언어튜터, 도움 받지 못한 친구들 실망했다"
다문화 중·고생, 숙제 지도·학습지 교사 방문·기초학습 지원 대상에서 제외
중고생은 학업 부담 커지는 시기…학습 지원, 교과 과정 전반으로 확대돼야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다문화 중·고등학생들이 학업의 벽 앞에서 주저앉는 이유로는 부족한 지원책들이 꼽힌다. 교실에 투입되는 이중언어 강사들은 한계가 뚜렷하고, 학습 지원은 한국어 교육에 그치면서 교과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급증하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회 진출의 문턱 앞에 선 이들에게 세밀하고 실질적인 디딤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업 돕는다는 강사가 한국말이 부족해요"

2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30명의 이중언어 튜터(강사)와 190명의 통역멘토링 강사들이 학교로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와는 별도로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 옆에서 학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강사들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사의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성군 한 중학교에 다니는 드미트리(14·가명) 군은 "한국어를 못하는 러시아 강사가 교과서를 러시아로 번역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며 "학생 공부를 돕기 위해 왔다면 수업하는 교사의 한국말을 통역까지 해줘야 한다. 실력 면에서 강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도움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생이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합한 강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대구 한 고등학교 교감은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강사를 찾는 데 몇 달이 걸린 적도 있다"며 "어렵게 찾더라도 학교와 집이 멀면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언어 지원은 다문화 중점학교 내에 설치된 '한국어 학급'이 있지만, 중·고교는 4개교에 그치고, 그마저도 달서구와 달성군 일부 지역에 쏠려있다. 교내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어 집중 배움 과정'과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 등은 학교 차원의 신청이 선행돼야 지원이 가능하다.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중등교육에서 학업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교과 과정 지원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숙제 지도 ▷학습지 교사 방문 ▷기초학습 지원 등은 대상이 초등학생까지다. 이 중에서도 기초 학습 지원은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확대됐을 뿐 중·고생은 또 한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 멘토링이 지원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시교육청과 한국장학재단, 대학이 구축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대학생에게 학습 지도와 정서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 시험 기간이 겹칠 경우 수업의 흐름이 끊기는 등 지속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다문화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교육활동 지원비는 학업을 이어가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부터 여가부는 교육 급여를 받지 않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 각각 연 50만원,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 한 가족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학생들이 지원을 받지만 교재 구입부터 독서실, 학원비 등에 지출하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다문화 학생들은 가정에서 교육 지원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다방면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대구 달서구 해올고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이주 배경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교실 내 강사 한국어 능력 필요"

전문가들은 외국인 강사의 언어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등교육의 학업 난이도가 까다로운 만큼 교과 과정의 지원도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언경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다문화전공 교수는 "강사들이 학교에서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의 진도를 이해하면서 통역을 해야 하는데 단어만 전달되면 수업이 겉핥기식이 된다"며 "모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강사로 채용하기보다 한국어능력시험(토픽)과 같은 객관적인 잣대로 이들의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사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학교 내에서 단기간 채용이 아닌 상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에서는 이중언어강사가 한 번 배치되면 전일제로 7개월, 통역멘토링 강사들은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영태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은 "강사들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 적응이 어렵고 수업 준비도 완벽하지 않다"며 "독일과 핀란드 등 유럽의 다문화 선진 국가에서는 중도 입국자들이 많아지면서 강사들이 학교에 상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에 대한 지원이 한국어 교육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교과 과정 전반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중등교육은 학업 부담이 커지는 시기라서 주요 과목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윤은경 대구사이버대 한국어다문화학과 교수는 "은퇴한 교사들은 수업 내용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이들을 투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 고등학생 맞춤형 교과서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기초적인 한국어 소통은 가능하면서 수업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국어와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을 쉬운 한국어로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현재 개발이 끝난 상태로 올해 심의·승인을 거쳐 내년부터 배포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등교육에 대해 더 강화돼야 하는 것도 맞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한국어 교육센터도 대구에 생겼다. 학생들의 출발선이 같아지기 위해선 결국 한국어인데,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맞춤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