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오의 벼랑 끝'에 선 다문화 중·고생] '낯선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 김알리나의 성공기

학교의 발 빠른 관심으로 생활기록부에 집중
교사들의 역할과 역량에 따라 입시 성공 여부 결정돼

지난 2월 13일 대구 달성군 한 카페에서 만난 김알리나(19) 양. 2017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김알리나 양은 현풍고를 졸업하고 올해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에 입학했다. 임재환 기자
지난 2월 13일 대구 달성군 한 카페에서 만난 김알리나(19) 양. 2017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김알리나 양은 현풍고를 졸업하고 올해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에 입학했다. 임재환 기자

낯선 한국 교육에 녹아들면서 당당히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학생이 있다. 달성군 현풍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어학과에 진학한 김알리나(19) 양이 그 주인공이다. 다문화 학생으로서 녹록지 않았던 중등교육의 장벽을 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의 성공기를 직접 들었다.

2017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알리나 양은 입시 성공 비결로 학교의 발 빠른 관심을 꼽았다. 부모가 모두 해외 국적일 경우 지원 가능한 '외국인 전형'을 1학년 때부터 알게 되면서 대학을 꿈꿨다.

알리나 양은 "학교에서 외국인 전형으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생활기록부가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며 "일찍 전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알리나 양은 러시아어와 한국어, 영어까지 구사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깨달음은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열망으로 이어지면서 고려대 언어학과를 목표로 삼았다. 학교에서 열리는 언어 관련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그 노력은 생활기록부에 차곡차곡 쌓였다.

진로가 잡히자 학교에서도 관심을 더욱 드러냈다. 외국인 전형에 가산점이 될 수 있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전체 1~6급)을 권했고 알리나 양은 5급이라는 높은 등급을 받았다.

명문대 진학이 학교와 선생님들의 노력만은 아니었다. 알리나 양은 서툰 한국어로 중등교육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말이 들리지 않으면 선생님의 발음에 집중하며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집에서는 하루 3시간씩 교과서를 번역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부족한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찾은 학원에서는 좌절감도 느꼈다. 알리나 양은 "한국인들이 많은 학원에서는 개별 지도가 아니라 진도를 나가는 데 집중했다"며 "친구들은 모두 이해하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 능력부터 더 키우자고 판단하면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지는 만큼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학생들이 혼자 길을 찾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희망 여부를 묻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어떤 전형이 적합한지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들도 학생들의 진학 여부가 학교 측의 역할과 역량에 달려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백지혜 현풍고 교사는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이 있다면 현실적인 진학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교사가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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