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111일 만에 대통령 파면 여부가 가려지는 가운데 여론을 주도했던 광장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민심이 양극단에 치달았던 만큼 선고 이후에는 이를 봉합하는 것이 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이후 광화문·여의도·한남동 대통령 관저 등에선 매주 주말마다 탄핵찬반 집회가 개최됐다. 12·3 비상계엄을 기준으로 17번의 주말 동안 서울 도심에서 열린 주요 집회 참석자 수는 총 124만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달할 정도다.
탄핵 찬성 진영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를 상징하는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무장한 2030 여성들이 집회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민중가요 대신 걸그룹 노래를 제창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진영은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가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세를 키웠다. 전 씨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와 함께 매주 주말마다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집회에는 5만2천여명(경찰 추산)의 인파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TK(대구경북) 의원들이 대거 모였다.
'광장 정치'의 화룡점정을 장식한 건 지난 3·1절 집회였다. 당시 광화문과 여의도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가 각각 열렸다. 이날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광화문엔 6만5천명, 여의도에 5만5천명이 모여들었다. 탄핵반대 측에서는 몸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두른 2030 남성들의 목소리가 컸다.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서자 정치권도 거리로 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갔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연일 국회 본청에서 광화문 집회 장소까지 약 8.7㎞가량을 걸었다.
광장 여론이 격화되면서 과격 행동이 잇따르기도 했다. 지난 1월 18∼19일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부지법에서 폭력 난동을 일으킨 혐의로 이날까지 9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 2명은 분신으로 숨졌다.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촉구 집회에서 경찰에 무전기를 던져 다치게 한 민주노총 조합원도 구속돼 재판 중이다.
탄핵 찬반 집회는 오는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고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의 불만이 거세게 분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선고 결과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판결문을 헌재가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여론이 극단으로 갈려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는 만큼 탄핵 선고문이 중요하다"며 "논리적인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화합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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