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제원 사망에 '박원순 사건' 당시 썼던 글 공유한 예일의대 교수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 유튜브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 유튜브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당시 쓴 글을 다시 공유했다.

1일 나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녀들에게도 공감해주세요. 故 박원순 시장의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5년 전 작성했던 글 내용의 일부를 공유했다.

나 교수는 "자살유가족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는 날을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 자살이 미화되는 것에는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실제로 자살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는 자살률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의사 앞에 앉은 환자들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본인의 가장 어두운 경험을 털어놓는다. 평생 혼자만 간직해온 비밀들을. 이는 정신과 의사에게 주어지는 커다란 특권이기도 하다"라며 "그 특권은, 정신과 의사들은 언제나 환자들의 편에 서줄 거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는 동시에 정신과 의사에게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특권에는 늘 커다란 책무가 따르기 때문에"라고 썼다.

나 교수는 해당 부분을 인용한 후 지난 2020년 전 박원순 서울 시장 사망 이틀 뒤 작성했던 글의 전문 링크를 함께 공유했다.

당시 나 교수는 "부탁드린다. 故 박원순 시장이 느꼈을 인간적 고뇌와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피해 여성의 마음도 헤아려봐 달라"고 했다.

이어 "한 소시민이 서울시장이라는 거대 권력을 고소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뤘을지. 그리고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피고인이 생을 마감했을 때 그녀가 느낄 충격이 얼마나 클 지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고자 했을 때, 그리고 우리가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그녀에게 그리고 모든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헤아려봐 달라)"라고 썼다.

장 전 의원은 지난 31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2015년 11월 부산 모 대학 부총장 시절 당시 비서 A씨를 상대로 준강간치상의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해 최근 경찰 수사 중이었다. 그는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A씨 측은 장 전 의원 사망 전날인 31일 사건 당일 호텔에서 촬영한 동영상, 국과수 감정서, 문자 메시지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며 증거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예고했으나 장 전 의원 사망 소식이 나온 후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회견은 사정상 취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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