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북동부 산불'의 교훈…"임도 확충 또한 시급한 과제"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바라 본 임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산(山)에서 발생한 불 '산불'은 산림만을 태우는 게 아니다. 민가로 번지면 소중한 인명과 그동안 일궈놓은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돼 약 150시간 동안 인접한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을 휩쓴 '경북 북동부 산불'이 그랬다. 이번 산불로 모두 27명이 숨졌고 추산조차 불가능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 진화는 '입체전'이다. 산림당국은 수십 대의 진화헬기를 동원해 공중에서 물대포를 투하하한다. 육상에선 대형 진화장비와 대원이 투입돼 화선을 사수하면서 민가와 인근 도로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진화헬기와 달리, 지상에선 진화작전 수행에 애로가 많다. 특히, 경북의 경우 백두대간의 험준한 지형은 인력 투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임도(林道)가 부족한 점도 지상진화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길이 없어 '지상 진화' 애로

임도는 목적과 유효너비 등을 기준으로 3가지로 나뉜다.

진화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산불진화 임도는 진화 차량 교행이 가능하도록 도로 폭을 최대 5m로 설정하고 있다.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는 간선 임도는 산림경영·보호 등의 역할을 목적으로 설치되는데 유효너비는 3m다. 폭 2.5~3m 정도의 작업 임도는 임업기계나 2.5톤(t) 규모의 소형 트럭이 주행할 수 있도록 설치한다.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바라 본 임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내에서는 1968년부터 산림 채취물 생산·운반 등을 위해 임도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대다수 임도는 간선 임도, 또는 작업 임도다. 일례로 경북 북동부 산불이 최초 발화한 의성군 전체 산불진화 임도 길이는 710m에 불과하다. 의성군 18개 읍·면 전체 임도 길이가 178.25㎞인 점을 고려하면 산불진화 임도는 0.4% 수준인 셈이다. 안동의 경우엔 산불 진화 임도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북도는 올해 도내 21개 시·군에 간선 임도 73㎞을 비롯해 산불진화 임도 15㎞, 작업 임도 18㎞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을 수립했다. 폭 5m에 달하는 산불진화 임도는 1㎞를 건설하는 데만 3억3천400만원이 든다. 올해 도가 계획한 산불진화 임도를 다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5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 같은 임도 조성이 대부분 국유림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내 산림 가운데 사유림 비율은 66% 수준이다. 국내에서 산림 면적이 가장 넓은 경북의 경우엔 전체 산림 129만㏊ 중 약 70%에 해당하는 91만㏊ 정도가 사유림이다. 게다가 도내 산주 가운데 80% 이상은 보유 산림이 3㏊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임도 설치를 위해선 산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보상 등을 이유로 산주들이 임도 설치를 반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도는 임도 설치를 위해 산주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이번 대형 산불을 통해 임도의 중요성이 재차 입증됐다"면서 "산불 진화를 위해선 임도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 사유림 비중이 높은 경북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산주들의 적극적 동의가 절실하다"고 했다.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바라 본 임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임도 중요성, '울진 산불'이 입증

임도의 중요성은 이미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입증된 바 있다. 이번 경북 북동부 산불과 마찬가지로, 울진 산불 또한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이 매우 컸다.

당시 비화(飛火)한 산불은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금강송 군락지) 약 500m 앞까지 접근했었다. 이곳 군락지엔 수령 200년이 넘는 소나무만 8만5천여그루가 자라고 있었고, 산림당국은 평소 소광리 인근 임도에 인력과 자비 등을 투입해 산불 발생에 대비한 훈련 등을 진행해 왔다. 또, 임도 내에는 6천ℓ 용량의 취수장이 있어 자체 소방용수 공급도 가능했다.

이보다 앞서 2020년부터는 산림청이 10억원을 들여 이 일대에 산불진화 임도 약 40㎞를 조성했다. 이곳에 조성된 폭 5m의 산불진화 임도 덕분에 대형 진화차량과 인력 등의 이동과 접근이 훨씬 용이했다.

덕분에 소광리 권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전체 3천705㏊ 중 6% 수준인 225㏊만 소실됐다. 반면, 소광리와 인접한 응봉산 권역은 험한 산세로 인해 육상진화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체 산림 3천130㏊ 중 85%에 해당하는 2천646㏊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2020년 임도 건설 사업을 추진할 당시 울진은 '1호 사업지'로 꼽혔다"면서"임도 건설 1년 만에 산불이 났고, 임도 덕분에 수령 200~500년 된 금강송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치자

산불진화 임도 조성 사업은 지난 2019년 강원 속초·고성 등에서 발생한 동해안 대형 산불이 계기가 돼, 국유림을 중심으로 산불예방을 위해 추진돼 왔다.

산림청은 오는 2027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3천332㎞의 산불진화 임도롤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13조9천억원에 달한다. 2030년을 목표로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 5개 군부대 이전 사업 비용은 3조5천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약 20개 정도의 군부대를 이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산림청의 산불진화 임도 조성사업은 2020년 65㎞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856㎞가 준공됐다. 산림청의 2027년 목표치와 비교하면 진척률은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해 대형 산불 위협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산림청은 500㎞ 산불진화 임도 건설을 위해 예산 157억원을 확보한 게 전부다.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산불 화재시 진화장비나 인력이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설치된 임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번 산불은 담수량 5천ℓ미만의 중소형 진화헬기는 진화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진화헬기는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야간엔 투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도 부재로 인해 대형 진화장비와 인력 투입이 막힌 상황에서 진화작업의 핵심인 헬기조차 투입하지 못하면서 이번 산불은 야간 시간대에 더욱 확산됐다. 임도 확충이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상진압을 위한 임도 확충은 필수다. 대형헬기는 큰불만 잡는데 가장 중요한 건 뒷불 정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주불이 잡혀도 뒷불 처리가 안 되면 불길이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낙엽이 평균 40㎝, 최대 2m가 쌓일 정도여서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임도가 있으면 헬기가 물을 뿌린 후에 진화차량이 진입해 계속 물을 뿌리면서 잔불 끄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산불진화 임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게 2023년 이후다. 지난해엔 진화 임도를 14㎞을 확충했고 올해도 15㎞을 확충할 계획"이라면서 "막대한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림이 많은 경북 지역에 진화 임도를 확충할 수 있는 예산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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