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은 단순한 국정 운영의 중단을 넘어, 한국 정치가 가진 고질적인 분열과 불신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광장은 다시 양쪽으로 갈라졌고, 시민들은 '상식'이라는 단어마저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누군가는 정의라 외치고, 다른 누군가는 정치적 희생이라 주장한다. 공론은 사라지고, 증오와 혐오의 언어만이 남았다. 이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서는 국가적 재정비와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오래된 지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무정부와 혼란이 반복되던 당시 이탈리아의 현실을 통찰하며 새로운 지도자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상적이거나 도덕적인 통치자가 아닌, 실제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이끌 수 있는 '현실적 군주'를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헌법과 절차는 정당했지만, 그 결과가 남긴 정치적 공백과 국민적 혼란은 우리가 다시 어떤 리더를 선택해야할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새로운 대통령은 단순히 정권을 관리하는 행정가가 아닌, 분열을 넘고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첫째는 두려움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안정감 있는 리더십이다. 마키아벨리는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을 받는 것이 낫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증오받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정치적 위기를 감정의 프레임으로 소비해 왔다. 지도자들은 때때로 국민의 분노를 이용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그것을 외면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더 이상 두려움으로 정치를 유지할 수 없는 시대다. 불안한 국민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도적 안정과 포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말과 이미지가 아닌, 태도와 실천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결단력과 실행력이다. 마키아벨리는 '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운'에 대응하는 지도자의 역량은 선택이라고 보았다. 지금 한국은 정치·경제·외교 모두가 불확실성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 이후의 정국은 더욱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지도자는 말 뿐인 조율자가 아니라, 상황을 분석하고 과감하게 결단하며 국민에게 결과로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권한은 있으나 책임지지 않는 리더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셋째는 형식적 도덕보다는 국민에게 실질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윤리적 실용주의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는 '도덕성'이 자주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도자의 진정한 도덕성은 개인의 결백 여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어떤 삶의 변화를 만들어 냈느냐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즉, 도덕적인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삶의 개선을 이끌어 내는 정책과 제도의 실천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청렴을 넘어서서, 그 청렴함이 실질적인 행정 능력과 연결되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반드시 선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와 국민을 지킬 능력 만큼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런 군주적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정치인'이 아니라, 이념과 감정을 넘어 공공의 책임을 질 줄 아는 '국가 지도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광장의 외침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가 방향을 잃었다는 절규이자, 새로운 리더십을 향한 간절한 질문이다. 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지도자는 분열된 국민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묻고 있다. "누가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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