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일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으로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5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 제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일부터는 57개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추가할 예정이었다.
이 조치는 발표만으로 미국 증시에서 이틀 만에 6조 6000억달러(약 9600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는 효과를 낳았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네 번째로 큰 낙폭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자존심을 걸고 티격대격하는 치킨게임이 곧장 이어졌다.
중국이 트럼프의 발표에 대해 똑같은 34% 관세로 맞불을 놓자, 트럼프는 50%를 추가해 84%로 관세율을 높였다. 중국이 다시 동일한 84%로 맞대응하자, 트럼프는 57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하고 대(對)중국 관세를 125%로 더 상향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시장은 극적으로 크게 반등했다.
트럼프는 왜 지구촌 '큰형님' 역할을 포기하고 동맹국들까지 무역 적국(敵國)으로 간주하며 관세 전쟁에 목숨거는 걸까? 그의 공언대로 고율(高率) 관세를 매기면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당장 올해부터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자해(自害) 행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 세계를 상대로 그가 100년 만에 관세 전쟁을 시작한 데는 더 '깊은 뜻'이 있다.
그의 가장 큰 본심(本心)은 미국을 둘러싼 세계 경제·무역의 새판짜기에 있다. 미국은 1976년부터 작년까지 49년 연속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상품수지 적자는 지난해 1조 2000억달러에 달했다. 방만한 지출 등으로 해마다 2조달러 안팎의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추가되고 있다.
이 같은 쌍둥이 적자로 말미암아 2015년에 18조 8000억달러이던 미국 국가부채는 올 2월에 36조 2000억달러(약 5경원)로 9년 만에 두 배 늘었다. 미국은 국가부채 이자를 갚기 위해 올 들어 매일 30억달러(약 4조 3000억원)를 쓰고 있다. 올해 전체 이자 비용만 1조달러를 넘어 지난해 총 국방비(968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헤지펀드 거물인 레이 달리오는 "이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은 3년 내 심장마비 같은 국가 붕괴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달 6일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서 "우리는 중국, EU 그리고 많은 국가에 (무역) 적자를 갖고 있다. 이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세 뿐"이라고 했다.
의도적으로 관세를 대폭 높여 '충격과 공포'를 조성한 뒤 세계 무역 구조를 미국에 유리하게 새로 짜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한 마디로 관세 전쟁은 '계산된 도박'인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90일 유예기간에 중국을 제외한 56개국과 개별 양자 협상으로 이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그의 본심은 중국 압박·무력화(無力化)에 있다. 이달 2일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국에 적용한 관세(25%)까지 포함하면, 트럼프 2기 출범 82일 만에 대중(對中) 관세율은 사상 초유의 150%에 달한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미(對美) 우회 수출 생산 기지가 많은 베트남·캄보디아·태국·멕시코 등에 25~49% 관세를 때렸다.
알리·테무·쉐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800달러 미만 소액 수입 상품에 대해서는 면세 제도를 폐지하고 90%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시장에 있던 여러 빈틈까지 꽁꽁 틀어막은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도 생필품 가격 상승 같은 고통을 맛보겠지만 더 다급한 쪽은 중국이다. 대미 수출 감소로 실업·부도가 늘고 연간 최소 30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가 급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 규모가 훨씬 적은 미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우리가 승리한다. 거칠게 버텨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트럼프의 생각은 단순명쾌하다. 시장 규칙을 깨고 천문학적 보조금과 환율 조종으로 매년 1조 달러의 무역흑자를 첨단 무기 개발과 전략 산업에 쏟아부으며 미국을 추월하려는 중국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 엘리트들의 반중(反中) 공감대와 결의(決意)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고 단호하다는 점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섣불리 중국과 손잡고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 각을 세우려 한다면 강력한 경제 제재와 함께 회복하기 힘든 갈등을 겪을 수 있다. 트럼프의 실패를 바라는 미국 내 반(反)트럼프 언론 보도만 보고 관세 전쟁의 의미와 큰 그림을 오판(誤判)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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