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산불 대비용 임도(林道) 확충 반대하는 환경단체, 정상이 아니다

사상 최악의 영남 지역 산불은 임도(林道)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울산시 울주군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산불은 임도 유무에 따라 명암(明暗)이 갈렸다. 산 정상까지 임도가 놓인 화장산 산불은 밤샘 진화로 20시간 만에 꺼졌다. 임도가 없는 대운산 산불은 128시간 만에 진화됐다. 임도는 산불의 신속 진화와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임도 확충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임도는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 숲속 찻길이다. 임도가 있는 산에 불이 나면, 헬기가 뜰 수 없는 밤에도 소방차 호스로 불을 끌 수 있다. 진화대원의 현장 접근도 쉽다. 임도가 산불 진화 효율을 5배 이상 높인다는 게 산림청의 분석이다. 임도는 숲을 갈라서 산불의 확산을 막기도 한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때, 금강송 군락지(群落地)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화재 1년 전 개설된 임도 덕분이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경남 산청 산불이 장기화된 이유 중 하나로 진입로 문제를 꼽았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헬기 외 인력을 투입해 불을 끄려면 임도 개설이 절실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엔 임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산림 면적 1㏊당 임도 길이를 나타내는 임도 밀도(密度)는 2023년 말 기준 4.1m/㏊다. 이는 독일(54), 일본(24.1), 미국(9.5) 등 주요 국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산림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1㏊당 최소 6.8m의 임도가 필요하다.

이번 산불로 임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共感帶)는 형성됐다. 임도 설치를 확대하기 위한 법률안도 지난 1월 발의됐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산이 사유지인 경우 소유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환경단체의 반대다. 산사태 위험, 산림 훼손(毁損) 등이 이유다. 정부는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고려한 임도 건설 방안을 찾아야 한다. 4만8천㏊(축구장 6만7천400개)를 태운 산불은 중대한 환경 재난이다. 이런데도 환경단체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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