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측과 반대 측의 '광장(廣場)정치' 열기가 뜨겁다. 연일 수만 명이 몰리는 길거리 시위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일상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유튜버들은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과연 이들만이 대한민국의 민심을 대변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입을 다물고 묵묵히 생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래야 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침묵도 때로는 하나의 의사 표현이다. 언론학의 아주 오래된 이론 중 하나가 바로 1974년 독일의 여론조사 기관인 알렌스바흐 연구소 설립자이자 소장인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이 제시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이 이론은 다수 의견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자신이 소수라고 느끼면 침묵하게 되는 심리를 반영한다. 지금처럼 찬반이 뚜렷하게 패를 나눠 서로 세를 과시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사람은 양극단에 있는 이들의 매서운 평가가 두려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어느 쪽 목소리가 큰가에 따라 이리저리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중도층이다.
광장만이 극단적 사례는 아니다. 댓글에서도 침묵 현상은 쉽게 목격된다. 언젠가부터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기사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여기에 달린 댓글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이면서 기사에 담긴 정보를 더욱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17년 기준 연구에 따르면 댓글 작성자는 전체 누리꾼의 2.5%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댓글 작성자 상위 10%가 전체 댓글의 절반을 생산한다고 한다. 특정 소수가 댓글을 양산해 여론을 호도하기 일쑤란 말이다. 그렇다고 많은 이들이 직접 댓글을 달지는 않더라도 타인이 쓴 댓글을 읽으면서 여론의 향방을 파악하는 경향이 높다고 하니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이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2017년에도 이 정도였으니 탄핵 정국 속 이념의 편향성이 더욱 극명하게 나뉜 지금은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하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볼 때 '중도'는 그저 회색분자가 아니다. 이들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짊어지고 가는 사실상 '정치의 무게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애써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그들의 뜻이 '투표'라는 권리 행사를 통해 표현되는 순간 판은 뒤집힌다.
이제 극한으로 치닫던 목소리 경쟁도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점으로 분기점을 맞이하게 됐다. 극단의 목소리만을 자극하던 양당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짚어 보는 당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당장 역대급 산불로 까맣게 타들어 간 피해 주민들을 보살피고, 치솟은 물가와 환율, 주저앉은 대한민국 경제를 정상화하고, 미국의 관세 전쟁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앞장서는 것만이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평범한 시민들의 생계를 위한 민생 기반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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