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 출신의 장병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장은 평생 '감사관' 외길을 걸어왔다. 감사원에서 30년간 일한 그는 2022년 탄생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 초대 감사위원장으로 선출돼 국가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고 있다. 농촌 마을의 8남매 중 넷째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감사원 감사관으로 근무하던 동네 아저씨를 보면서 감사관의 꿈을 품었다. 그 꿈을 간직한 채 대학 졸업 후 30년간 '감사관' 외길을 걸었다. 그는 '피감자 실수를 적발하기보다 더 나은 방향을 향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라고 강조했다.
- NST 감사위원회가 하는 일은?
▶이차전지·원자력·AI·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감사하는 조직입니다. 원자력연구원, 정보통신연구원 등 23개 기관이 감사대상 기관이며, 박사급 연구원 등 근무인원 약 2만3천명, 약 5조원의 연구개발 예산 집행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 이외에 감사권이 법률로 부여된 유일한 기관입니다. 23개 출연연에 있던 상임·비상임감사를 없애는 대신 별도기관으로 탄생했습니다. 일상적인 감사는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되 종합 및 특정감사 등은 감사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 NST 감사위원회 설립취지는?
▶우리나라 경우 2023년 기준 GDP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총 연구개발비 수준은 세계 5위 수준에, 국가R&D 예산이 31조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인덱스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낮다는 평가를 하고 있고, 부실 학회 등 연구 부정관련 이슈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국회나 정부 입장에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연구개발에 대해 감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연구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에 의한 감사가 연구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배경에서 감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 NST 초대 감사위원장으로서 소회는?
▶2022년에 초대감사위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감사 조직을 꾸려야했고, 감사 인원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최소한의 준비 기간으로 인원과 예산을 확보해 부임 후 4개월 만에 본격적인 감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감사위원 2명을 포함해 30명의 직원이 감사위원회에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출범 후 3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감사위원회 감사결과는 과학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취급되는 등 과학기술계 대표감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특히 출범 2년만인 2024년 감사원 자체감사콘테스트에서 우수감사기관으로 선정돼 감사원장 기관표창을 받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 30년간 감사원서 일한 '감사 전문가'이신데
▶저는 감사원 출신 감사관 중에서도 특이하게 감사 업무만이 아니라 '감사 행정' 대부분을 경험했습니다. 감사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 감사 관련 구매, 감사 관련 심사평가를 총괄했죠. 각 기관에서 연간 수행한 감사 사항을 경연에 붙여 포상하는 '자체감사 콘테스트'라는 제도를 제안·도입했는데 현재 이 제도가 잘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매년 콘테스트 참가 감사 사항이 600건이 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감사 일화는 모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에 사업장을 설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하는 것을 적발한 일입니다. 해당 기업 추징세액이 5천억원쯤 됐습니다. 그 이후 이 기업은 정상적으로 우리나라에 납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평소 감사철학은?
▶직원들에게 수시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없는 다수'를 위해 일하면서 그들을 위해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이 감사관의 의무라고요. 감사 과정에서 징계나 처벌을 내리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진정한 감사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현대적인 감사는 피감자의 실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피감자와 같이 연구하고 더 잘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쌀독의 썩은 쌀 한알을 찾기 위해 쌀독을 쏟는 감사가 아니라, 피감자와 함께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감사위원장 근무기간 동안 역점 분야는?
▶기관이 처음 출범했을 때 확보한 감사인력은 신규 채용자, 연구 행정가와 연구자 등으로 섞여 있었습니다. 이들의 다양성을 잘 살려, 국내 최초의 R&D 전문감사기구로서 최선의 연구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에 전문성이 있는 출연연의 감사 인력과 연구자를 감사 인력으로 투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R&D감사에 대한 전문성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꼬, 연구 현장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울러 감사 인력의 전문성을 키워주고자 감사원 감사관을 수시로 초청해 교육과 기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감사관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 감사위 활동을 통해 개선된 사례는?
▶수시로 진행되던 정부 각 기관의 연구 현장 감사가 확연히 감소했습니다. 감사위원회로 감사가 일원화되니 감사위원회 감사기간 이외에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국가연구개발 현장에 메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전문성을 이유로 방치되던 연구현장의 부조리한 관례나 관행이 개선이 되고 있습니다. 시험성적서를 부당발급하거나, 상위보직자라는 이유로 연구비에 대한 특혜를 받거나, 하위 연구자 연구결과를 가로채는 등 연구 성과 배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행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위원회가 연구 현장의 행정 처리 기준을 명확히 제시함에 따라, 연구 행정 직원과 연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할 것입니다.
- 지역 청년들에 한마디
▶제가 평소 아들에게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은 한번 시도해 봐라. 지금 안되더라도 비슷한 무엇인가는 될 것이다'라고 합니다. 중학교때 단체 체육복을 사입지 못해 체육시간마다 벌칙으로 테니스장 다짐롤라를 끌던 빈농의 자식이 대학을 졸업하고. 꿈꾸던 감사관이 된 것은 그런 도전이 있었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대구경북 청년들도 도전의식을 갖고 매진하다 보면 그에 상응한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항상 자격을 갖추고 준비하고 있다면 기회는 주어질 것입니다. 저 또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초대 감사위원장으로서 일한 경험이 앞으로 국가나 저 자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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