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하게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물러가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날 만큼 시국이 위태롭고 혼란스럽다.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치관이 첨예한 대척점을 이루며 맹목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양상이 만연하고 있다.
비록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지만 어느 순간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집단화되어 거리로 나오고 그로 인한 소요가 그칠 줄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소란스러웠던 적도 드물다고 할 만큼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필자는 오랜 공맹(孔孟)의 가르침을 추승(追承)하고자 노력해 온 유림(儒林)의 일원으로서 지금이야말로 유림의 역할이 매우 중대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유림이란 소위 '어른'의 집단이다. 세상을 살아온 이력과 경륜이 가장 두터우며, 늘 지성을 갖춘 사회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우선 과제로 삼아 온 집단이다.
또한 그릇된 정책과 어긋나는 시국에 대응하여 결행했던 '만인소'(萬人疏)와 국가의 위란이 있을 때마다 붓 대신 기꺼이 창칼을 들고 의병 항쟁의 정신을 계승한 집단이다.
평소에는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집중하다가 위기의 상황이 도래하면 일신을 돌보지 않고 분연히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견지해 온 존재가 바로 유림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는 신분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 정국도 일단의 막을 내리고 사회는 비록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시국의 기류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폭력 사태 발발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며, 의외로 수월하게 혼란이 잦아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어떤 식으로 수습이 되든 그간의 손실과 희생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시국이야말로 유림 정신이 적극적으로 발현되어야 할 때이다.
진실로 어른다운 어른으로서 모든 갈등과 상처를 보듬는 관용을 발휘해야 한다.
향후 사회가 나아가야 할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향점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 논리가 아닌 진정으로 객관적인 대의를 '실천궁행'(實踐躬行)하며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시비(是非)에 대한 냉정한 판단력으로 자타(自他)를 모두 끌어안는 포용력을 발휘하며 '중류지주'(中流砥柱)와 같은 굳건함으로 사회를 지탱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아직도 잔존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누적된 상처를 회복하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을 수 있는 '경청'(敬聽)의 귀가 열려야 하고, 나를 비우고 상대를 존중하는 '이타'(利他)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
사태를 바라보는 눈은 공정해야 하고, 입은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냉철한 가슴과 솔선수범으로 화합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강령은 유림 내부적으로 모색해 가야 하겠지만, 시국의 흐름이 어떠하든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전제일 것이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회복하고 바로 서는 데 있어 중추가 되는 유림의 모습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유림이 혼란한 시대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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