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3 대선에 출전할 후보 가리기에 들어가면서 조기 대선 경선이 막을 올렸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
'개헌' 얘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일주일, 정국은 차기 대선이 아닌 개헌으로 들끓었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내놓은 '조기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안'이 도화선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이야말로 개헌의 데드라인"이라며 우 의장의 제안을 적극 환영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도 '개헌이 적기'라는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선을 그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반대 입장이 나오면서다. 결국 반짝 불붙었던 개헌 정국은 '3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윤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추천하며 메가톤급 논란을 일으키자, 우 의장이 개헌 제안을 철회한 것이다. 9일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개헌 논의는 대선 이후에 이어 가자"고 밝혔다. 제안을 꺼낸 지 딱 사흘 만이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개헌론은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현행 대통령제의 무한 정쟁 구조로는 더 이상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여야 원로와 헌정회 등은 대선 때 개헌을 함께 추진해 후진적 정치를 바꾸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도 적극 나섰고, 국민들도 60% 이상이 찬성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임기 1년 단축 및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었다. 아울러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총리 권한 강화도 제안했다.
3년 전과 바뀐 점이 뭘까? 이를 두고 지역 한 정치인은 "(이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자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개헌이 대선 변수로 떠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새 헌법은 차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하면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도 없다"고 했다. 개헌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며 그때그때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1987년 10월 제9차 개정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2025년 4월 현재 37살이 넘은 '장수 헌법'이다. 40년 가까이 지난 '낡은 헌법'이 시대적 변화를 담지 못했다는 지적에 그간 수차례 개헌 시도가 있었던 만큼 여야와 전문가들을 막론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이번 개헌 신호탄을 쏜 우 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보듯 대통령에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87년 헌법 체제'를 개편하고, 여야가 극한 정쟁을 되풀이하는 망국적 상황을 타개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고 개헌 필요성을 설명했다.
우 의장은 당시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헌법을 통해 작동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승자 독식의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주권으로 가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기 위해 협치와 협력을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 의장의 언급처럼 여야 간 극한의 갈등에서 비롯한 헌정사의 비극이 이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많다. 이번 조기 대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 모두 '이번이 개헌 적기'임을 명심하고 공약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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