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선출된 권력' 파면, 과연 정당한가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파면(罷免)을 결정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보수·우파 대통령만 두 번째다. 국민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높은 대통령을 파면한 헌재의 결정은 법률적으로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헌법이 규정한 비상대권인 비상계엄 선포 자체에 대해 중대한 위헌·위법이라고 한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못해 아예 없다시피 한 헌재가 마치 대통령 위에 군림한다는 오해를 사게 한다. "계엄 당시 비상사태가 아니었다"는 판단은 월권(越權)이다. 일개 헌법재판관이 대통령보다 국가가 처한 각종 위기에 대한 비밀 정보 등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또 '야당의 전횡과 국정 마비, 국익의 현저한 침해'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대통령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며 국가긴급권 남용(濫用)이라고 한 것은 국회의 전횡에 대해 면죄부(免罪符)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헌재가 국회 독재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가 저지른 헌재법 위반 등 각종 절차적 위법 행위들에 대해 헌재가 스스로 정당화한 것 또한 원님 재판·정치 재판의 전형(典型)이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의 내란죄 형사재판에서 다룰 사안을 헌재가 사실상 사실로 인정하고 위법 행위로 판단한 것은 헌재 권한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정치적 판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헌재 판단 역시 터무니없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급상승해 최고 50%를 넘었다. 헌재가 이미 '탄핵 인용'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탄핵심판을 진행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이 나서 헌재(憲裁)를 구시대의 유물(遺物)로 정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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